스포츠조선

류현진, 전설의 최동원 뛰어넘는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6-01 10:35


한화와 삼성의 주중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31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1사 2,3루 삼성 김상수의 1루 땅볼로 동점을 허용한 한화 류현진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5.31/

'전설의 기록 도전은 남아있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25)은 올시즌을 개막하기 전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해 "19승"이라고 말 한 적이 있다.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한 시즌 최다승이 데뷔 첫 해 18승이었으니 그 것만큼은 뛰어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이미 물거품이 됐다. 1일 현재 10경기 동안 2승(3패) 밖에 챙기지 못했다.

페넌트레이스의 3분의1(44경기)을 소화하는 동안 2승에 그쳤다면 남은 경기 거의 전승을 한다고 가정할 때 19승이 가능하다.

류현진이 부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류현진은 탈삼진(93개) 1위, 퀄리티스타트(8번) 공동 2위, 평균자책점(2.57)-WHIP(이닝당 출루허용률·1.00) 3위 등을 기록하고 있다.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가 부족했을 뿐이다. 승수가 쌓이지 않으니 팀 성적도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비운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낙담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류현진에게 또다른 도전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개인기록이나 '불운'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지난 31일 삼성전에서도 자신의 승리가 허망하게 날아가자 허허 웃으며 털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일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페이스대로 에이스 본색을 보여주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실현 가능한 대기록이 기다리고 있다. '기록 제조기' 류현진의 승부욕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역대 한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현존 기록은 전설의 투수 고 최동원이 1984년 수립한 223탈삼진이다. 28년째 아무도 넘보지 못한, 앞으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대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류현진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류현진은 31일 삼성전에서 올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13개)을 뽑아내는 등 10경 동안 총 93개 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 2위 유먼(롯데·49개)에 비해 거의 곱절이나 앞서는 압도적인 1위다. 경기당 평균 9.3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류현진의 프로생활 7년 동안 가장 위력적인 탈삼진 페이스다.

류현진이 한 시즌에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데뷔 원년(2006년) 204개였다. 당시 30경기에 출전했으니 경기당 평균 6.8개의 삼진을 기록한 셈이다. 그러나 올시즌의 경우 37%나 향상된 평균 9.3개에 달한다. 이닝 대비 삼진 비율을 따지더라도 2006년 1.00인 반면 올시즌에는 1.33으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223개 탈삼진이 허황된 꿈은 아니다. 류현진이 올해 별다른 부상없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개인 한 시즌 최다 출전(30경기)을 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20경기에서 예상되는 탈삼진 갯수는 평균 9.3개를 적용했을 때 180개 가량이다. 올시즌 총 270여개의 탈삼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상 계산 기준을 낮춰봐도 희망적이다. 223탈삼진 기록에 130개 부족한 류현진은 앞으로 평균 6.5탈삼진을 유지해도 역사를 쓸 수 있다.

부상 등 돌발변수를 감안해 출전 경기가 다소 줄어들 경우에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쉬었던 지난해 24경기 출전이 역대 최소경기였다.

30경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치인 26∼28경기 출전을 예상하면 경기당 평균 8탈삼진을 기록할 경우에도 희망적이다.

'19승'의 꿈을 놓친 류현진이지만 야구사에 길이 기억될 '전설의 대기록'은 더이상 꿈이 아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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