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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순위표를 매일매일 정확하게 외울 수 있는 야구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각 팀들이 너무 촘촘히 붙어있어 승차 없이 승률 계산을 해야하거나, 하루 이틀만에 순위가 뒤집히는 경우가 흔하다.
사상 초유·절대 강자가 없다
역시나 역대로 이런 일이 없었다. KBO에 문의한 결과 8개 팀 체제가 형성된 지난 91년 이후 양대리그와 다승제를 제외하면, 이 시점에서 1위와 7위가 2.5게임차로 가까운 건 역대 처음이다.
그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5월31일 현재 순위표에선 1위와 7위가 최소 10.5게임차 이상으로 벌어졌다. 두달만에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곤 했다.
지금은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에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SK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5할 승률에서 '플러스 4승'에 불과하다. 올해 역전패가 4차례 있었는데, 물론 다른 팀들에 비하면 적었지만 예년의 SK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화를 제외하면 절대 약자도 없다. 최근 보름간 스윕(3연전 싹쓸이)이 난무했는데, 이른바 '하극상'도 잦았다. 예년 같으면 하위팀이 상위팀을 상대로 3연전을 쓸어담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경기에 임하곤 했다. 지금은 찬스만 나면 주워담으려는 분위기다.
넥센, LG의 선전과 '만만디'의 유행
모 구단 관계자는 이같은 순위표 대혼란의 이유로 넥센과 LG의 약진을 거론했다. "솔직히 시즌 개막후 넥센과 LG를 만나는 팀들은 처음엔 약간씩들 방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붙어보니 끈기가 달라져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하위권으로 분류된 팀들이 의외로 거세게 나오니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LG는 최근 9년간, 넥센은 현대 시절을 포함해 2007년 이후부터 줄곧 성적이 나지 않았던 팀들이다. 이런 팀들이 올시즌엔 선두를 노리거나 혹은 5할 승률 이상을 꾸준하게 기록중이다. 본래 심리적으로 만만한 느낌이 들어야 실전에서도 기량의 차이로 이어지는 법이다. 강팀으로 분류됐던 구단들이 전략 수정을 통해 '3연전에서 무조건 2승1패는 한다'에서 '최소한 1승2패는 해야한다'는 패턴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강자로 분류됐던 팀들이 시즌을 길게 내다보는 방식으로 선수들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아픈 선수가 나오면 무리시키지 않고 쉬게 한다. 대부분 감독들이 "지금은 어떻게든 5할 승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버티는 야구를 하고 있다. 일찌감치 혼전의 기미를 느낀 감독들은 뛰쳐나가기 보다는 무리에 섞여 때를 엿보는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는 구단간 전력 편차가 존재하지만 그게 현실로 반영될 만큼 100% 전력 운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덕분에 올해 프로야구는 굉장히 다이내믹하다. 홀로 처져있는 한화의 '마이너스 12패'를 다른 7개 팀이 골고루 나눠가진 것 같은 형국이다. 3일 뒤의 순위를 장담할 수 없는 대혼전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2007년 이후 5월31일 현재 1위와 7위 게임차
2007년
1위 한화-7위 현대=5게임차
2008년
1위 SK-7위 넥센=13.5게임차
2009년
1위 두산-7위 롯데=10.5게임차
2010년
1위 SK-7위 한화=13.5게임차
2011년
1위 SK-7위 한화=11게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