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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박병호를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시킨 LG는 지금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다.
지난해 전반기 홈런 1개에 그쳤던 박병호는 넥센으로 이적한 후반기 12개의 대포를 가동,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인 13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능성을 알렸다면 올 시즌엔 넥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로 거듭났다.
박병호는 31일 경기후 인터뷰에서 "요즘 잘 안 맞아서 예민했다. 이길 때는 잘 몰랐는데, 질 때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타격감을 다시 찾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이 박병호를 4번 타자로 내세우면서 주문한 것은 딱 하나, "자신감을 갖고 마음껏 방망이를 휘둘러라"다. 박병호의 장점인 파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의도였다. 사실 넥센으로선 3할 타자보다 거포 해결사가 필요했다. 박병호가 유일한 4번 타자 대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4번을 맡았던 강정호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올시즌 8개 구단 4번 타자 중 타순 변동없이 전 게임에 출전한 선수는 박병호가 유일하다.
박병호는 타석에서 늘 당당하다. 스윙은 멈칫하는 법 없이 늘 호쾌하다. 코칭스태프의 주문대로 삼진을 당하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에 들어오지 않는다.
김시진 감독은 시즌 전 박병호에 대한 기대치를 묻는 질문에 "타율 2할6~7푼, 25홈런, 70~80타점"이라고 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30홈런도 가능하다"고 했다. 31일 현재 타율 2할7푼7리, 11홈런, 42타점. 43경기를 치렀으니 경기당 1타점꼴이다. 지금같은 페이스라면, 김시진 감독이 기대했던 수치를 훌쩍 넘어설 것 같다. 100타점 이상도 가능하다. 3번에 이택근, 5번에 강정호가 버티고 있기에 상대투수가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리하다.
물론, 반드시 찾아올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풀타임 시즌을 처음 소화하는 선수들에게 여름은 고비다. 70~80경기를 치르고나면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지금부터 체계적인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또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대팀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다. 박병호로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일 것이다. 이 모든 걸 극복해야 진정한 대한민국 대표 4번 타자가 될 수 있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