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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속상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연구할 때다."
그러나 올해의 윤석민에게서는 지난해의 압도적인 위용을 찾아볼 수 없다. 31일 현재 윤석민은 9경기에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2.91에 48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경기 등판 때까지의 성적(4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3 53탈삼진)과 비교하면 승리와 탈삼진 숫자가 크게 떨어진다.
이에 대해 윤석민은 3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작년보다 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윤석민은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우선 직구의 볼끝이 작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두 번째로 슬라이더의 경우 135㎞정도 밖에 안나오는데 작년에 비해 최대 8㎞ 정도 느려진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경기당 삼진을 1~2개 밖에 못잡고 있는데, 이건 정말 심각한 징조다."
투수들은 공을 던질 때 한 발을 투구판에 딛고, 다른 발을 앞으로 뻗어 땅에 디디며 공에 힘을 싣게 된다. 투구 시 발을 디디는 위치가 일정해야 투구밸런스가 유지된다. 일정한 투구폼을 가진 투수들은 의식하지 않아도 늘 같은 자리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런데 윤석민이 발을 디디는 위치가 달라진 것이다. 윤석민은 "디딤발의 위치는 무척 예민한 부분이다. 1~2㎝만 달라져도 밸런스가 무너지는데, 나는 한 뼘이상 옆으로 벌어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몸이 빨리 열리고 공의 위력도 떨어진 것"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이를 고치기 위해 윤석민은 이날 이강철 투수코치와 함께 불펜에서 27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폼 수정에 나섰다. 원래 불펜투구 예정일은 내일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정상 밸런스를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사실 부진할 때는 속도 상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감정에 빠져들 때가 아니다. 그보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연구할 시기"라며 에이스다운 의연함을 보였다. 이런 의연함이야말로 시련을 통해 다져진 윤석민의 참모습이자 진짜 힘이라 할 수 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