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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뒷쪽 근육과 힘줄인 햄스트링(hamstring). 4개의 근육으로 이뤄진 햄스트링은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다.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거나 방향을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관성의 힘에 맞서 동작을 제어하는 기능. 파열 위험이 크다. 격한 뜀박질과 방향 전환 각도가 클수록 위험성이 커진다.
햄스트링은 매우 골치아픈 부위다. 야구 선수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부상 부위 중 하나다. 회복이 오래걸리고 재발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주위 근육에 탈을 일으키는 전염성도 강하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시차를 두고 반대쪽 햄스트링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50대50으로 제어하던 브레이크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성한 쪽 브레이크에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다. 균형이 깨지면서 허리나 종아리, 발목 등 주변으로 통증이 번지는 경우도 흔하다.
KIA 이범호는 지난해 8월7일 인천 SK전에서 홈으로 들어오다 포수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갑작스레 멈추는 과정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이 파열됐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초에는 반대편인 왼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호소했다. 1군 복귀를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3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오른쪽 정강이 통증으로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오는 전형적인 전염성 부상형태다. 햄스트링은 이범호 개인을 넘어 KIA의 올시즌 행보에 드리운 불안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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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만 했던 햄스트링 부상은 오른쪽과 왼쪽을 수시로 오가며 박찬호를 괴롭혔다. 지난 2009년 필라델피아 시절 시범경기 도중 왼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꼈다. 확실한 셋업맨으로 활약하던 그는 그해 시즌 막판인 9월17일 워싱턴전에서 또 다시 햄스트링 통증을 느꼈다. 2010년 뉴욕 양키스로 옮긴 박찬호는 4월15일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올해도 나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왔다. 박찬호에게 햄스트링 부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일본 오릭스로 깜짝 진출한 지난해 역시 햄스트링에 발목이 잡혔다. 1군 복귀전(6월30일 세이부전) 이틀 앞둔 시점에 러닝 도중 왼쪽 햄스트링이 파열됐다. 일본 생활은 사실상 거기까지였다. 한화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현재도 그는 햄스트링 재발 방지에 같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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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