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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에서 아버지와 아들, 부자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코칭스태프 아버지와 선수 아들은 있었지만, 부자가 동시에 현역선수로 프로에 적은 둔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한화가 "선수를 이대로 죽일 수 없다. 원하는 팀이 있으면 보내주겠다"며 FA 보상을 포기하고 완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면서 길이 열렸다. 최영필은 테스트를 거쳐 SK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최영필은 3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 5회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선발 박종훈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29일 1군에 등록한 지 하루 만에 이만수 감독의 등판 사인이 떨어졌다. 한화 시절인 2010년 8월 27일 넥센전 이후 무려 642일 만의 등판이었다. 2사 2루에서 넥센 유한준을 2루수 땅볼로 잡은 최영필은 6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1⅓이닝 동안 다섯 타자를 상대해 1안타 무실점. 7대3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호투였다. 통산 327번째 경기였다.
조금 쑥스럽기도 했던 특별한 복귀전이었다. 최영필은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르게 돼 긴장이 됐다. 감개무량하다. 1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이만수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역전승에 공헌한 선수로 최영필을 언급했다.
올시즌 SK는 투수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베테랑 최영필의 합류가 더없이 반갑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