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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구장 3연패', 13년전 한화는 우승했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5-22 11:57


두산과 LG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연장 11회 접전끝에 LG에 패하며 3연전을 모두 내주고 5연패에 빠진 선수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확률 0.024%의 진귀한 기록인 '4개구장 동시 3연전 스윕'은 과연 마취제가 될까, 아니면 각성제가 될까.

지난 주말 4개 구장의 3연전이 모두 한 팀의 스윕(sweep·3연전 전승)으로 끝났다. 팀간 전력이 같다고 가정하고, 한 팀이 3연전을 모두 쓸어담을 확률은 12.5%. 산술적으로 4개 전구장의 스윕 확률은 0.024%다.

프로야구 역사상 두번째 기록. 지난 99년 5월19일~21일 이후 통산 두번째일 정도로 희귀한 결과였다. 우승팀도 대부분 승률 6할대에 머물고, 꼴찌팀도 3할을 넘는 프로야구의 기본 특성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스윕 패배가 기분 나쁜 건 한팀에게 당한 패배이기 때문이다. 모든 감독들은 "같은 3연패라도 주중, 주말에 걸쳐 팀을 바꿔서 3연패하는 건 괜찮다. 한 팀에게 3연패하는 건 진짜 좋지 않다"고 말한다. 프로야구 경기일정의 기본 단위인 3연전은 팀에겐 초단기 결산과도 같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3연패는 일종의 '어닝 쇼크'의 의미를 갖는다. 다음 3연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하다. 이처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전구장 스윕의 희생양이 된 팀들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어떤 팀에겐 주말 3연패가 잠을 확 깨는 '각성'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또 어떤 팀에겐 더욱 분위기가 침체되는 '마취'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시기도 비슷한 13년전의 사상 첫 사례때 3연패 팀들은 그후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당시 3연패 팀은 LG, 해태, 쌍방울, 한화였다. 이들이 치른 합계 12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그후 3연전에선 비 때문에 총 12경기 가운데 2경기가 취소됐다. 해태는 한화를 만나 2승을 기록했다. 쌍방울은 LG를 만나 2승1패로 앞섰다. 우연찮게도, 당시 '넥스트 3연전'은 3연패 팀들간의 격돌이었다.

당시 합계 5경기에서 전패한 한화가 그후 엄청난 '각성'의 효과를 이끌어냈다. 당시 5월21일 현재 즉 3연전 전패를 당한 날, 한화는 16승23패로 매직리그 3위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에 결국 정규시즌서 72승2무58패, 승률 5할5푼4리로 매직리그 2위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당시 갑자기 '마취'가 돼버린 팀은 LG였다. LG는 그해 5월21일 현재 23승16패로 매직리그에서 3위 한화에 7게임차 앞선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61승1무70패로 승률 4할6푼6리, 매직리그 3위에 그쳤다.

지금 당장은 두산, 삼성, KIA, 한화 등 지난 주말에 3연패를 당한 팀들은 난리난 분위기다. 삼성은 1군 선수 엔트리에 변화를 줬고, 두산은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했다. 프로야구가 점점 더 인기가 많아지고, 팬들의 반응이 더욱 즉각적으로 나옴에 따라, 팀들이 긴급 처방을 내리는 시점도 점점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중요한 건 13년전의 한화처럼, 시즌은 길고 순위표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사실이다. 선수들이 마취되느냐, 각성하느냐에 따라 몇달후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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