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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짓을 다했다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일걸요?"
결국 4안타를 쳐내고, 이제 와 돌이켜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장타를 너무 의식했다. 그 용어가 있더라. '영웅스윙'이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결국 개막전부터 지켰던 4번 자리도 후배 전준우에게 넘겨줘야 했다. 자신의 스윙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슬럼프 중에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사실이다. 홍성흔은 이에 대해 "5번으로 내려갔는데도 장타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게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고 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맞히는데 일단 집중하자'며 생각을 해도 막상 타석에 들어서 날아오는 공이 눈에 들어오며 자기도 모르게 큰 스윙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를 살린 것은 박정태 타격코치의 한 마디였다. 69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박 코치는 선수들과 허물 없는 소통을 하는 코치로 이름이 나있다. 하지만 코치들 세계에서도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베테랑 선수에게는 타격폼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해 웬만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 코치와 홍성흔의 관계도 그랬다. 홍성흔은 "코치님께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정말 타격에 대해 한 말씀도 없으셨다"고 밝혔다. 그러던 박 코치가 20일 경기를 앞두고 홍성흔에게 "어깨가 열려서는 절대 안된다"라며 따끔하게 지적을 했다고 한다. 이에 홍성흔은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이심전심이 통한 것이다. 박 코치는 "코치와 제자의 관계가 아닌 형과 동생의 마음에서 성흔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정말 안쓰러워보였다. 열심히 하는 만큼 꼭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고 홍성흔은 "코치님께서 오죽 안타까우셨으면 그랬겠느냐는 생각에 타석에서 집중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