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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턱도 더 내밀어 보고 별짓을 다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5-21 09:33


20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롯데 홍성흔이 1회 2사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1루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는 홍성흔.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2012.5.20

"정말 별짓을 다했다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일걸요?"

롯데 홍성흔의 목소리에서는 후련함이 느껴졌다. 20일 부산 KIA전에서 지난달 15일 두산전 이후 시즌 2번째 4안타 경기를 만들어냈다. 안타 개수가 중요한건 아니었다. 지난 2일 넥센전에서 홈런을 치며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후 갑작스럽게 긴 슬럼프에 빠져있던 홍성흔이 "감을 찾은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게 더 의미 있었다.

홍성흔에게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졌었다. 홍성흔은 재밌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부진 탈출을 위해 정말 별짓을 다했다. 일반 팬들의 눈에는 쉽게 띄지 않겠지만 나 혼자 수십번 타격폼을 바꾸기도 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이것저것 핑계거리를 찾는다. 배트를 쥐는 그립을 바꾸기도 했고 타석에서의 스탠스를 넓혔다, 좁혔다 반복하기도 했다. 타격 전 방망이를 흔드는 횟수를 타석마다 바꿔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턱의 위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얼굴을 더욱 쭉 내밀기도 했단다. 오직 하나, 좋은 타구를 날려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픈 마음이었다.

결국 4안타를 쳐내고, 이제 와 돌이켜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장타를 너무 의식했다. 그 용어가 있더라. '영웅스윙'이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결국 개막전부터 지켰던 4번 자리도 후배 전준우에게 넘겨줘야 했다. 자신의 스윙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슬럼프 중에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사실이다. 홍성흔은 이에 대해 "5번으로 내려갔는데도 장타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게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고 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맞히는데 일단 집중하자'며 생각을 해도 막상 타석에 들어서 날아오는 공이 눈에 들어오며 자기도 모르게 큰 스윙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를 살린 것은 박정태 타격코치의 한 마디였다. 69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박 코치는 선수들과 허물 없는 소통을 하는 코치로 이름이 나있다. 하지만 코치들 세계에서도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베테랑 선수에게는 타격폼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해 웬만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 코치와 홍성흔의 관계도 그랬다. 홍성흔은 "코치님께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정말 타격에 대해 한 말씀도 없으셨다"고 밝혔다. 그러던 박 코치가 20일 경기를 앞두고 홍성흔에게 "어깨가 열려서는 절대 안된다"라며 따끔하게 지적을 했다고 한다. 이에 홍성흔은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이심전심이 통한 것이다. 박 코치는 "코치와 제자의 관계가 아닌 형과 동생의 마음에서 성흔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정말 안쓰러워보였다. 열심히 하는 만큼 꼭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고 홍성흔은 "코치님께서 오죽 안타까우셨으면 그랬겠느냐는 생각에 타석에서 집중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홍성흔은 "당분간은 이 타격감을 쭉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평소 즐겨먹는 샤브샤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처럼만의 외식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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