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비 하나는 실점을 막으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무리 점수를 많이 뽑아도 점수를 그 이상 내주면 패한다. 공격은 그날 타자의 컨디션과 상대 투수에 따라 바뀌지만 수비는 그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수비가 좋은 팀이 강팀으로 분류된다.
보통 이러한 상황에서는 3루주자가 협살에 걸려 3루와 홈을 왕복하며 시간을 끌고 2루주자를 3루까지, 타자주자를 2루까지 보내는 것이 공격하는 팀에겐 최선의 결과다. 수비하는 팀에서도 위기가 이어지지만 실점을 하지 않고, 상대의 흐름을 끊기에 3루주자를 잡아내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SK의 수비는 노련했고 상대 주자들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일단 1루수 박정권의 2초간 기다림이 컸다. 보통 1점차의 급박한 상황에선 1루수가 공을 잡자 마자 홈으로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박정권은 공을 잡고 3루주자의 움직임부터 살폈다. 홈까지 반정도 뛰었던 3루주자 장기영은 어쩔줄 몰라하다가 3루 귀루를 선택. 3루주자의 방향이 정해지자 박정권은 3루수 최 정에게 공을 던졌다. 공을 잡은 최 정의 시야폭이 컸다. 3루주자에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2루주자 김민우까지 보고 있었다. 박정권의 송구를 잡았을 때 3루주자 장기영은 3루로 오다가 스톱하고 다시 홈으로 뛰려고 했다. 최 정이 달려가서 태그 아웃시키기엔 거리가 있었다. 마침 2루주자 김민우가 3루로 뛰어오고 있었다. 김민우는 당연히 최 정이 3루주자에게 뛰어갈 줄로 믿고 멈추지 않고 3루로 돌진했다. 그러나 최 정은 장기영이 아닌 김민우에게 몸을 돌렸다. 김민우가 그제서야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고 몸을 틀어 태그를 피하려했지만 이 역시도 늦었다. 2루주자를 잡고 나니 3루주자를 잡기엔 더욱 편해졌다. 최 정과 포수 조인성이 한번씩 공을 주고 받은 뒤 장기영을 태그아웃시켰다.
SK는 9회초 2사후 강정호의 솔로포로 1-1 동점을 허용했지만 11회말 임 훈의 끝내기 안타로 결국 승리를 챙겼다. 8회초 호수비가 피말리는 접전에 달콤한 승리를 가지게한 원동력임은 틀림없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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