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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대투수. 미국-일본-한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마운드 위에서 만큼은 신의 경지에 다다른 박찬호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답답한 듯한 제스처를 계속 취했다. 한국 무대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한 후 그라운드에서 늘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던 박찬호였기에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그렇게 흔들린 박찬호는 롯데의 강타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피홈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3회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선두타자 문규현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이어 등장한 김주찬의 번트 타구를 잡아 문규현을 잡기 위해 3루로 던졌으나 악송구가 되며 공이 빠져 실점을 했다. 박찬호는 크게 아쉬워했다. 큰 동작을 취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어 등장한 조성환에게 허무하게 적시타를 맞았다. 박찬호는 "실책이 2실점으로 연결돼 아쉽다"고 밝혔다.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확연했다. 원하는대로 제구가 되지 않는지 답답해했다. 4회초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는 순간 마운드에서 또다시 아쉬움을 표현했다. 심판의 판정에 대한 제스처라기 보다는 답답함을 표시하는 듯 했다. 경기 도중 유격수 오선진을 향해 질책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TV 중계 화면에 수 차례 잡혔다.
청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