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 감독의 자극요법을 성공적이었다. 8일 이전까지 이용규는 타율 1할7푼9리, 출루율 0.333으로 부진했다가 한화 3연전에서 타율 4할1푼7리, 출루율 0.917로 1번 타자로서 제몫을 했다.
이용규가 살아난 동안 KIA는 시즌 초반 2전패를 안겨줬던 한화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용규가 마침내 힘을 내기 시작한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이건열 타격코치가 살짝 공개했다.
기다림의 미덕을 깨우치다
이건열 코치는 이용규에 대해서 만큼은 전문가다.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간판할 수 있을 정도다. 이용규가 프로 2년차이던 2005년부터 7년째 동고동락을 했다. 이 코치는 "이용규가 부진했을 때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끝까지 믿고 지켜봐준 것 말고는 없다"고 웃었다. 하고 싶을 때까지 해보라고 이른바 방목하듯 키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이 코치는 "이용규는 원래 개인적인 선수생활에서 몹시 착실하다. 훈련시간에 가장 먼저 나오고, 휴식일에도 개인적으로 거의 빠짐없이 나와 훈련을 한다"면서 "그런 용규에게 옆에서 잔소리를 하면 역효과가 난다. 훌륭한 습관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관찰했다"고 말했다. 비록 개인성적은 하락세였지만 평소 생활이 공부만 잘하는 우등생보다 훨씬 나은 만큼 때가 되면 부활할 것으로 믿었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이다. 이 코치는 "이용규가 그동안 좋은 성적을 보였기 때문에 새로 부임한 감독 앞에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진 것 같다"면서도 "아직 더 부활해야 하기 때문에 칭찬의 말도 아껴놓고 더 기다린다"고 말했다.
'커트신공' 본연의 자세를 찾다
이 코치가 이용규를 마냥 내버려 둔 것은 아니다. 훈련 도중 원포인트 팁으로 타격자세를 놓고 자주 대화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이 코치가 발견한 작은 단점은 이용규가 '커트신공'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상대 투수의 힘을 빼고, 밸런스를 흔들어놓은 뒤 그 허점을 이용해 진루를 만들어내는 이용규의 커트 솜씨는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한데 이용규는 올시즌을 맞으면서 속으로 새로운을 작정을 했다. 커트로 그칠 게 아니라 안타로 만들어내면 완벽한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 코치는 "이용규처럼 커트 솜씨가 좋은 타자에게는 투수들이 줄기차게 몸쪽 공략을 하는데 이용규 입장에서는 몸쪽 공에 너무 시달리니까 안타로 쳐서 기를 죽이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가상한 생존전략이었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독이 됐다. 정교하게 짧게 끊어치는 특유의 스윙자세가 흐트러졌고, 몸쪽 공을 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스윙이 커진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용규는 지난해 타석당 투구수가 4.3개로 1위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평균 4.1개로 6위까지 내려갔다. 그러면서 타율도 하락한 것이다. '커트신공'이란 말이 특유의 장점이자, 칭찬이니까 살리는 게 좋다는 이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였을까. 이용규의 방망이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