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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았던 징크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평소 징크스 따위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게 소신이다.
보통 스포츠 세계에서는 선수와 지도자들 사이에 여러가지 징크스가 존재한다. 이런 징크스를 의식하면 더 신경쓰이기 때문에 애써 외면한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땡볕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 야구같은 종목에서는 선크림이 필수품이나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선크림을 바르고 임했던 이전 두산전에서 스윕을 당하는 등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시즌 들어 처음으로 선크림을 포기했다.
한데 덜컥 귀중한 승리를 챙기고 만 것이다. 류 감독은 "징크스를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두산전을 했던 잠실구장 라커룸에 선크림을 지우는데 쓰는 클렌징폼을 두고 오는 바람에 선크림을 바를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쌩얼' 효과를 톡톡히 본 이상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류중일판 징크스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숨겨진 '선크림 징크스'를 털어놓다가 머쓱했던지 SK 이만수 감독을 불쑥 떠올렸다.
이 감독이 지금도 속옷을 뒤집어 입고 다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과거 삼성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생생하게 목격한 것은 이 감독이 속옷을 뒤집어 입고 다니는 해괴한 버릇이었다.
이 감독의 속옷 뒤집어 입기는 딱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속옷 안쪽에 부착된 상표가 피부에 닿으면 까끌까끌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뒤집어 입게 됐다는 것이다.
신혼 시절 아내로부터,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때 현지 동료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습관으로 익숙해진 터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수석코치 시절인 지난 2009년까지도 속옷을 뒤집어 입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다.
최근 이 감독의 벗은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던 류 감독으로서는 이 감독이 지금도 희한한 속옷 징크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청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