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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검지 신드롬' 솔솔, 히트작 가능성 보인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4-22 14:25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2012 프로야구 SK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4대1로 승리한 후 LG 이병규가 대형 손가락으로 김기태 감독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4.20.

LG 팬들을 중심으로 또하나의 '검지 신드롬'이 솔솔 일고 있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SK전. LG가 승리하면서 공동2위로 점프한 이날, 경기 직후 LG의 '민선 주장' 이병규가 김기태 감독과 '손가락 세리머니'를 하면서 독특한 광경을 연출했다.

직접 구입한 것인지 팬들이 선물로 보내준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기태 감독 특유의 검지만 뻗는 형태의 응원 도구를 이병규가 손에 착용하고 있었다. 감독도 웃고, 이병규도 웃고, 이를 지켜보던 팬들도 웃었다.

보통은 승리한 경기가 끝난 뒤 마지막 라인업이 덕아웃으로 돌아올 때, 반대편에서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교차하면서 손바닥을 부딪히는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런데 올해 김기태 감독은 이처럼 승리 직후나 경기중 좋은 득점이 나올 때 손바닥이 아닌 검지만 교차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일전에 이유를 묻자 김기태 감독은 "하나가 되자는 뜻도 있고, 또 서로 기를 주고받자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세리머니는 단순히 검지를 대는 게 아니다. 검지가 교차할 때 서로 약간 힘을 줘서 민다.

물론 이같은 검지 세리머니에 대해 찬반 양론이 여전히 있다. '독특하다'는 의견 못지않게 '뭔가 스케일이 작고 초라해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런데 LG가 예상외로 시즌 초반에 좋은 승률을 내면서 분위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게다가 이병규가 선보인 '대형 검지 응원도구'가 화제가 됐다. LG 팬들 사이에선 "이참에 우리도 단체로 검지 응원도구를 공동구매해서 야구장에 갖고 가자.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 관중석의 팬들끼리도 검지 모형을 부딪히면 즐겁지 않겠나"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발빠르게 이병규가 착용했던 검지 모형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팬들도 있는 것 같다. 외국 업체가 만든 응원용 상품인데, 단체로 구매해도 해외 배송비 등을 포함하면 6만~8만원 정도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LG의 마케팅 팀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국내 응원용품 업체와 연결해서 '검지 모형'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 마케팅팀의 조연상 팀장은 22일 "팬들이 검지 응원용품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파악했다. 아직 디자인 아이디어나 가격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지만 국내 업체에 의뢰해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구단이 나서고 국내 업체가 제작하면 아무래도 해외 업체의 상품에 비해선 가격대가 많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LG 홈 유니폼 특유의 검은 줄무늬를 디자인에 반영하거나 혹은 트윈스 로고의 레드 컬러를 적용하는 등 여러 조합이 가능해질 것이다.

본래 검지 세리머니 자체는 프로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미국 프로레슬링계의 최고 인기스타였던 헐크 호건과 관련해 검지 응원용품이 등장하곤 했다. 이승엽이 과거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 때 덕아웃의 동료들을 향해 검지를 쭉 뻗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팬들이 검지만 뻗은 응원도구를 들고 "렛츠고, 말린스!" 하는 식으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국내에선 롯데 팬들이 상대투수가 견제구를 던질 때 "마!" 하는 함성과 함께 '마'가 적힌 넓적한 손가락 모양의 응원도구를 손에 끼고 삿대질을 한다. 롯데측에 문의해보니, 이 응원도구는 구단에서 기획한 게 아니라 열성적인 롯데 팬들이 의견을 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LG와 LG 팬들의 계획이 현실화되면 이전까지의 검지 세리머니와는 약간 다를 것이다. 그저 손가락을 치켜드는 게 아니라 옆자리 팬과 검지를 교차시키는 세리머니가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유격수 오지환이 역모션 다이빙캐치에 성공했다거나 정성훈 이병규 등이 시원한 홈런을 터뜨렸을 때 이런 모습이 등장할 것 같다. 김기태 감독은, 아마 이런 반향이 있을 것으로는 처음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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