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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투수 중 패전처리 보직이 있다. 빛이 나기 어려운 역할이다. 지고 있는 게임에 들어가 마운드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이우선은 "지고 있어 팀 분위기가 안 좋을 때 마운드에 오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면서 "그럴 때마다 이것도 엄연히 프로무대다. 이런 경기에도 나오지 못하는 투수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대개 1군 엔트리에 투수는 12명이 포함된다. 2008년말 신고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우선은 이번 시즌 초반 엔트리의 언저리에 있다. 12번째 투수면 시즌 개막을 1군에서 맞고 13번이면 2군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우선은 2008년 상무 시절 2군리그(퓨처스리그) 삼성전에 선발 등판, 8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인연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당시 이우선의 공격적인 투구에 높은 점수를 준 사람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이었다. 장 감독이 발탁한 이우선에게 2009년 2승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사람은 선동열 KIA 감독(당시 삼성 감독)이었다. 선 감독은 2009년 무명이었던 이우선을 1군으로 올려 16경기를 뛰게 했다. 선발로 9번 기회를 줬고, 삼성은 그중 8번 승리했다. 이우선은 SK 김광현, 두산 김선우와 선발 맞대결을 해 승리했다. 그때 얻은 별명이 '에이스 킬러'였다. 그는 "요즘도 선 감독님이 해준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마운드에 오르면 투수는 다 똑같다. 공이 빠르건 느리건 상관없다. 무조건 타자를 잡는 투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곱씹는다"고 했다.
선 감독의 말 처럼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패전처리용이건 필승조이건 상대 타자를 제압해야 한다. 역할은 다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팀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우선은 "지금은 팀에 꼭 필요한 패전처리용이 되어야 한다. 지는 경기를 끌고가는 선수가 있어야 이기는 경기를 맡는 동료도 있다"면서 "하지만 항상 패전처리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전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이우선은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투구 때 컸던 팔의 스윙 궤적을 대폭 줄이면서 볼 스피드를 평균 시속 4km 이상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신랑인 그는 이제 가족을 부양해야 할 가장이라 책임이 막중하다고 했다. 청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