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반전드라마'는 새해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병현은 지난 2007년 플로리다를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으로 이적하면서 재기를 노려왔다. 하지만 구단과의 마찰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미국으로의 복귀 혹은 한국 프로야구로의 진출이 점쳐졌다.
하지만 김병현이 고국땅을 밟는데 가장 큰 변수는 지난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에 의해 넥센의 전신인 현대에 지명됐다는 점이었다. 즉 한국 프로야구에 뛰기 위해선 무조건 넥센으로 입단해야 한다는 것. 넥센은 자신의 고향팀(KIA)도 아닌데다, 지난해 중반까지도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는 커녕 다른 팀으로 넘기는 전형적인 '팜 시스템 구단'이었다.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았다.
넥센 이장석 대표도 김병현의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이 대표는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자금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김병현의 영입에는 늘 관심이 컸다. 그래서 지난해 일본 라쿠텐에서 있을 때도 지속적으로 몸 상태를 체크했고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서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했던 김병현의 경기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는 선수인데, 이대로 잊혀지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야구와 팬들을 위해 뛰어줄 것을 설득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동안 선수로서 공백이 많았기에, 당장 올해 성적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팀 전체적으로 유무형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넥센이 '큰 손'이 됐다는 평가에 대해 이 대표는 "이택근이나 김병현은 당연히 우리팀으로 데려왔어야 할 선수였기 때문이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은 아니다. 그럴 능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병현이 제 기량만 펼쳐준다면 성적도 좋아지는데다, 김병현의 투구를 보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메이저리거로서의 산 경험을 전해줄 경우 젊은피 위주의 넥센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올 시즌이 끝나면 김병현을 다른 팀으로 보낼 수도 있다. 훌륭한 트레이드 카드를 손에 쥔 것이다. 적지 않은 투자를 한 넥센으로서도 결코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은 셈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