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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다.
윤석민 vs 오승환, 2파전 성립의 전제조건?
MVP 경쟁은 지난해와 양상이 조금 다르다. 7관왕을 독식한 이대호의 독주 속에 뻔한 결과가 예상됐지만 올해는 다르다. 후보 각자가 개성만점의 장점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지만 최종 승부는 윤석민과 오승환의 2파전 양상으로 압축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사실상 오승환으로의 후보단일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지난 31일 한국시리즈 우승 후 인터뷰에서 "형우에게 미안하지만 올시즌 내 마음 속 MVP는 오승환"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 구단도 오승환으로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게 될 공산이 크다. 단일화만이 윤석민이란 거물 후보와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윤석민과 오승환의 MVP 대결. 결과를 떠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선발 vs 불펜의 대표주자다. 따라서 MVP 투표는 상반된 두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불펜 투수 대표로서의 의미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그는 '불펜 투수 가치론'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우선 "만약 48세이브를 했다면 (MVP) 욕심을 부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이어 "내 입으로 말하려니 좀 그렇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위치에서 고생하는) 불펜 투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소신을 밝혔다. "마무리 투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윤석민의 4관왕이 물론 대단한 기록인 것은 맞다. (화려함과 주목도에 있어)불펜 투수로서의 한계가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프로 입단을 앞둔 아마추어 선수들과 각 구단 불펜 투수의 애환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투수 10명 중 9명은 선발을 원한다. 관리가 쉬워 롱런이 가능하다. 화려함에서도 불펜투수가 따라올 수 없다. 오승환이 전하고픈 메시지도 바로 불펜투수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가치를 MVP 투표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다.
4관왕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올시즌 최고 투수로 등극한 윤석민은 선발투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 윤석민과 오승환이 벌일 선발 vs 불펜의 가치대결이 볼만하게 됐다. 역대 구원투수가 MVP에 오른 사례는 지난 1996년 한화 투수 구대성 뿐이었다. 하지만 전문 마무리 투수였던 오승환과 달리 구대성은 선발로도 나선 적이 있다.
최우수선수 및 최우수신인선수는 오는 7일 오후 2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하모니볼룸(지하1층)에서 프로야구 출입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