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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기 생애 첫 끝내기 비하인드스토리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9-27 13:03


25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롯데의 경기에서 3-3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에서 한화 이양기가 극적인 결승 적시타를 치고 베이스를 돌며 기뻐하고 있다. 롯데 이대호의 허탈한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전=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한화의 대타 전문요원 이양기(30)는 롯데전을 펼친 25일을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번 롯데전에서 이양기는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에서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4대3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 이후 이양기는 100여건의 축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사실 이양기가 더 많은 축하를 받았던 때가 있다. 지난달 5일 LG전이다. 당시 이양기는 8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주키치의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 퍼펙트 기록을 깨는 안타를 쳤다.

경기가 끝난 뒤 수백건이 넘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런데도 이양기는 생애 처음으로 끝내기를 안타를 친 25일 롯데전을 으뜸으로 꼽았다.

LG전은 0대8로 대패한 터라 웃을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롯데전 끝내기에는 말못 할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날 롯데전을 기준으로 한 이양기의 '비포어'와 '애프터'는 지옥과 천당이었다.

비포어 : 문책성 훈련에 이 악물었다

이양기는 끝내기 안타를 치고 무엇보다 기쁜 것은 "감독님이 주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속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양기는 24일 롯데전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밤에 잠 한숨도 자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이양기는 2주일 만에 우익수 선발 출전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9회초 수비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플라이를 놓치는 바람에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9회말 공격에서 대타 고동진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모처럼 선발 기회를 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책감이 너무 컸다. 25일 롯데전을 앞두고 평소보다 3시간 빠른 오전 10시30분쯤 경기장에 나왔다. 문책성 특별훈련을 받기 위해서다. 최만호 코치의 지도 아래 1시간 넘게 펑고 훈련을 했다. 이후 특타 훈련를 병행한 이양기는 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반드시 만회를 하고 시즌을 마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애프터 : 문자 답장 짧게 해서 죄송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했던 대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대타 대기다. 초반에 형성된 3-3 동점 레이스가 경기 중반을 넘어가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이양기는 7회부터 몸을 풀었다.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으니 언젠가 대타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기는 어느덧 연장으로 접어들고 여전히 평행선이었다. 서서히 몸만 풀고 기다리는 것도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우완 송승준이 마운드에 올라오는 걸 보니 좌완에 강한 우타자 이양기로서는 기회가 더 멀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11회말 무사 만루가 되자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선발 멤버인 장성호 이후 오재필-전현태에 이어 3번째 교체 멤버다. '더 오래 끌 것 없이 외야 플라이로 빨리 끝내라'는 한대화 감독이 다시 준 기회였다. 이양기는 플라이를 노리면 내야 플라이가 될 것 같아서 일단 맞히는데 집중했다. 다행히 상대 실투가 나왔고, 맞히고 보자는 작전도 성공했다. 이양기는 숙소로 돌아와서 가족, 지인들로부터 100건이 넘는 축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모른 척 할 수는 없고, 일일이 답장하기엔 너무 많은 문자 폭주다. 그래서 '네, 감사합니다'만 손가락이 닳도록 쳤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니 '뭇매 세리머니'를 당해서인지 등이 욱씬거린다. 그래도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니 고통은 싹 가셨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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