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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왜 어려운가, 문턱서 좌절한 사례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9-18 15:13



프로야구가 출범 30주년을 맞았지만, 지금껏 1군 경기서 퍼펙트게임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2군에서도 지난 17일 롯데 이용훈이 대전 한화전에서 달성한 게 최초다. 퍼펙트게임, 왜 어려운 것일까. 안타깝게 대기록의 문턱에서 좌절한 사례들을 보면 퍼펙트게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퍼펙트게임은 말그대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투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야수들의 실책 하나도 나와서는 안된다.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출루만 나와도 퍼펙트는 깨진다. 실력에 운까지 따라줘야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가까운 예로 올시즌도 퍼펙트의 문턱에서 좌절한 선수가 있었다. LG 외국인 투수 주키치다. 주키치는 지난달 5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8회 2사까지 한화 타자들에게 단 한 차례도 1루를 내주지 않았다. 8회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양기에게 던진 2구째 컷패스트볼도 몸쪽 낮은 곳으로 절묘하게 제구됐다. 배트 중심에 맞지 않았지만, 이양기는 힘껏 잡아당겨 타구를 좌익수 앞으로 보내고야 말았다. 결국 주키치는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데 만족해야 했다. 주키치는 경기가 끝난 뒤 "퍼펙트 게임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8회 2사까지 퍼펙트를 이어간 것 역시 내야수들의 호수비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9회에 고배를 마신 사례도 있다. 프로 원년이었던 82년 8월15일 삼성 황규봉은 삼미를 상대로 9회 1사까지 퍼펙트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양승관과 허 운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2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두산에서 활약했던 용병 리오스 역시 2007년 10월3일 잠실 현대전에서 9회 1사 후 강귀태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곧바로 마운드를 정재훈에게 넘겼지만, 실점까지 허용해 8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완벽한 투구를 펼쳤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88년 4월17일 빙그레 이동석은 광주 해태전에서 실책에 울었다. 7회 유격수 장종훈의 실책과 8회 1루수 강정길의 실책으로 두차례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동석은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어 역대 최초로 무4사구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한화 투수코치로 뛰고 있는 정민철은 단 한 개의 공으로 퍼펙트를 놓쳤다. 97년 5월23일 대전 OB전. 정민철은 8회 1사 후 심정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포수 강인권이 바운드된 공을 뒤로 빠뜨렸다. 이 사이 심정수가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를 밟으며 대기록이 무산됐다. 그 공 하나만 아니었더라면 정민철은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퍼펙트를 기록한 선수로 남았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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