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예로 올시즌도 퍼펙트의 문턱에서 좌절한 선수가 있었다. LG 외국인 투수 주키치다. 주키치는 지난달 5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8회 2사까지 한화 타자들에게 단 한 차례도 1루를 내주지 않았다. 8회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양기에게 던진 2구째 컷패스트볼도 몸쪽 낮은 곳으로 절묘하게 제구됐다. 배트 중심에 맞지 않았지만, 이양기는 힘껏 잡아당겨 타구를 좌익수 앞으로 보내고야 말았다. 결국 주키치는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데 만족해야 했다. 주키치는 경기가 끝난 뒤 "퍼펙트 게임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8회 2사까지 퍼펙트를 이어간 것 역시 내야수들의 호수비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9회에 고배를 마신 사례도 있다. 프로 원년이었던 82년 8월15일 삼성 황규봉은 삼미를 상대로 9회 1사까지 퍼펙트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양승관과 허 운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2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두산에서 활약했던 용병 리오스 역시 2007년 10월3일 잠실 현대전에서 9회 1사 후 강귀태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곧바로 마운드를 정재훈에게 넘겼지만, 실점까지 허용해 8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한화 투수코치로 뛰고 있는 정민철은 단 한 개의 공으로 퍼펙트를 놓쳤다. 97년 5월23일 대전 OB전. 정민철은 8회 1사 후 심정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포수 강인권이 바운드된 공을 뒤로 빠뜨렸다. 이 사이 심정수가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를 밟으며 대기록이 무산됐다. 그 공 하나만 아니었더라면 정민철은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퍼펙트를 기록한 선수로 남았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