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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에는 '이범호 타임'이 있다.
"(신)종길이한테 승부를 걸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범호를 내면 만루 작전으로 갈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 타자인 차일목이 임찬규에게 3타수2안타로 강했던 점도 고려했다." 경기후 KIA 조범현 감독의 설명이다.
조 감독의 기대를 차일목은 저버리지 않았다. 임찬규의 초구 가운데 높은 체인지업에 배트가 주저 없이 돌았다. 까마득히 비행한 타구는 가득 들어찬 광주구장 왼쪽 관중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올시즌 첫 끝내기 그랜드슬램이 작렬하는 순간이었다.
공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5회 이후 3-3의 타이트한 동점 상황을 끌고 온 숨은 공신도 차일목이었다. 특히 6회 2사후 부터 약관의 심동섭의 4이닝 무실점 호투 뒤에는 차일목의 절묘한 리드가 있었다. "병규 형과 높은 직구로 승부한 거요? 오늘 동섭이 정도 직구면 큰 걸 맞지 않을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불펜 투수와 포수는 보이는 성적보다 연봉을 더 많이 줘야한다는 말이 있다. 차일목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상훈의 수술로 풀타임 주전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는 남모를 마음고생이 심했다. "후반기 성적 떨어지고 지는게 마치 저 때문인 것 같더라구요. 투수 리드 잘못해서 진 것 같아 투수에게도 미안하니 잠도 잘 안오고…. 전반기 때는 흘러가는대로 했었는데." 정신적 스트레스가 전부가 아니다. 프로 데뷔 첫 풀타임 출전은 부지불식간에 체력 저하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잘 못 느꼈는데 몸이 쳐지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요즘 넘어갈 만한 (잘맞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더라구요. 아까도 펜스 앞에서 떨어지는줄 알고 한참 봤는데요. 어차피 외야가 전진하고 있어서 끝내기는 되겠구나했어요."
차일목의 목표는 딱 하나다.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들 모두 포기 없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내가 나가서 안좋다는 말만 안들었으면 싶네요."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