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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왜 자진 사퇴해야 했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1-06-13 17:46


김경문 감독은 최악의 팀성적에 대한 책임과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으로 사퇴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스포츠조선 DB

왜 김경문 감독은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사퇴했을까.

평소 본인의 스타일대로라면 어떻게든 망가진 팀분위기를 추슬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쳤어야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근 팀성적이 곤두박질치며 7위까지 떨어지자 자신의 지휘 아래에서는 더이상 팀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성적

지난 2004년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두산은 단 한 시즌도 최종 승률 5할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고, 시즌 중간 순위도 5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7위까지 추락한 적이 없다. 그만큼 올시즌 성적에 대해 김 감독 개인적으로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4월 한달간 13승7패1무로 2위를 달리며 우승후보로서의 면보를 과시했다. 그러나 5월 들어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며 추락을 거듭했다. 5월 이후 지난 12일 잠실 SK전까지 10승25패를 기록했다. 성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부상자들의 속출 때문. 이종욱 손시헌 임재철 이원석 양의지 등 주전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부상으로 2군신세를 졌다. 또 마무리 임태훈은 개인사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여기에 제2 용병 라미레즈와 페르난도가 기대 이하의 부진을 보이며 마운드 운용도 버거울 수 밖에 없었다.

리더십은 자존심과 책임감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그 어느 해보다도 구단의 지원도 좋았고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지만, 처음 구상한대로 풀리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두산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마운드 경력이 있는 더스틴 니퍼트를 영입하는 등 그 어느 해보다도 전력 극대화에 만전을 기했다. 김 감독이 올시즌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아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각오와 준비를 새롭게 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 들어 양상은 기대와 반대로 흘러갔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 들어 "감독으로서 결정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며 유난히 경기 책임에 대한 코멘트를 자주 했다. 그만큼 자신의 책임감을 크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내일을 생각하다

올시즌 두산이 우승을 하지 못할 경우, 적어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면 김 감독은 재계약이 힘들 것으로 여겨졌다. 13일 현재 승률 4할2푼4리로 7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은 승률 5할에서 9경기가 부족한 상황이다. 예년의 경우에 비춰볼 때 6월 중순 시점에서 5할 승률에서 10경기 정도 멀어져 있을 경우 4강 진출은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두산의 경우 시즌 일정이 아직도 57% 정도 남았고, 저력이 무서운 팀이기에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가 많다. 김 감독도 이 점을 놓고 고민이 컸다. 그러나 김 감독은 두산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스태프가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경은 서동환 윤석민 김재환 등 그동안 유망주로만 그쳤던 선수들이 올시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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