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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류현진과 일본인투수를 만난날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0-12-20 11:28


올시즌 현장 취재를 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가 있다. 5월11일에 청주에서 열린 한화-LG전이다. 이 경기에서 한화의 선발투수 류현진은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이날 기록한 삼진 17개는 9이닝 역대 최다기록이 됐다.

류현진은 1, 2회에 4타자 연속삼진을 잡아서 초반부터 큰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낮은 직구와 체인지업이 좋아 타자들은 공을 맞히기 조차 힘겨워 보였다. 5회가 끝난 상황에서 탈삼진 9개. 류현진은 전력을 하지않고 적당히 힘을 뺀 채 여유있게 공을 뿌렸다. 그러다 6회초 9번 이병규(24번)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볼카운트 0-2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던진 공이 담장너머로 날아갔다.

그 후 류현진은 투구패턴을 바꾸었다. 6회 2사부터 5타자 연속삼진. 그 중 3타자는 바깥쪽의 낮은 직구에 손을 댈 생각도 못하고 물러났다. 류현진은 경기 후 "7회부터 세게 던졌어요"라고 했는데, 그 말대로 7회 이후에는 시속 150㎞를 넘는 공이 4개나 있었다.

9회초 5번 조인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자 청주구장의 전광판에는'16탈삼진 역대 타이기록'이라는 내용이 떴다. 관중석의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큰소리로 삼진을 응원했다. 타석에는 대타 이병규(9번)가 들어섰다. 류현진은 이병규를 볼카운트 2-1에서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잡아냈다. 17개째 탈삼진, 신기록이었다.

류현진의 매력을 100% 만끽할 수 있는 경기였다. 편하게 던지는 여유와 힘으로 밀어붙이는 파워까지, 양쪽 부분을 다 볼 수 있었다. 마치 한 사람의 몸에 베테랑 투수와 20대 투수가 뒤섞여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경기 후에도 그랬다. 신기록 달성에 흥분하는 기자들에 반해 류현진은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장난스런 표정은 23세의 청년였다.

필자에게 이날이 인상에 남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쁜 하루였기 때문이다. 오전 6시에 서울을 출발한 필자는 먼저 부산으로 향했다. 롯데와의 원정경기 중인 SK 카도쿠라 켄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는 원래 전날인 월요일에 할 예정였지만 카도쿠라가 5월9일 대구경기 등판 후 갑자기 허리의 검사를 받게 돼 연기됐다.

30분 정도의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청주로 향했다. 도착하자 LG 오카모토 신야가 "럭키였어요"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5월9일 KIA전에 등판, 공 4개로 승리투수가 됐기때문이다.

2010년 최고투수의 최고의 피칭, 그리고 올해 한국에서 뛰었던 2명의 일본인 투수. 그들을 동시에 접할 수 있었던 5월11일이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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