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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서울이냐?"
수원과 서울은 28일 수원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던 이상호의 현금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상호는 2008시즌을 끝으로 울산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뒤 7시즌을 보내면서 수원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FA컵 결승 시리즈에서 맹활약해 우승 도우미 역할을 했다.
수원 구단은 서울 구단과의 약속에 따라 28일 오후 3시쯤 팬들과의 소통 창구인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이상호의 이적 사실을 공지했다. 한데 여파가 상상을 초월했다.
갑작스러운 이상호의 이적 소식에 수원팬들은 사실상 '멘붕'에 빠졌고, 이상호를 보낸 구단 측을 향한 비난과 반대 의견을 줄기차게 쏟아냈다.
공지문에 '최근 영입한 김민우, 산토스, 카스텔렌과 포지션 중복으로 이상호를 서울로 이적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수원 구단은 "이상호가 좋은 선수이지만 젊은 선수 가운데 그를 대신할 자원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상호에 대한 애정과 지난해부터 주축 선수를 내보내는 데 치중한 구단 방침에 대한 반감이 컸던지 수원팬들은 십자포화를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거래 상대가 수원의 영원한 라이벌 구단인 서울이어서 반발심은 더 커졌다. "왜 하필 서울로 보내느냐"는 취지의 댓글이 주를 이룬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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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팬의 성난 민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수치상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구단이 관련 공지문을 올린 지 2시간여 만에 따라붙은 댓글은 모두 800여개에 달했다. 이미 올해 수원 구단 페이스북의 최다 댓글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전까지 수원 팬들이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사례는 7월 2일 울산전에서 1대2로 패했을 때다. 당시 수원은 울산 원정에서 리드를 지키다가 후반 인저리타임에 2실점한 뒤 서포터스 집단항의 소동을 겪었다. 이같은 정서를 반영하듯 총 776개의 댓글이 붙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댓글은 지난달 24일 서울과의 FA컵 결승을 앞둔 미디어데이가 열렸을 때로 총 629개였다. 수원팬들의 서울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엿볼 수 있는 폭발적 반응이었다. 이어 수원FC전(10월 2일) 4대5 패배 사건(댓글 587개), 수원더비 미디어데이(7월 7일·댓글 567개), 인천전 2대2 무승부(9월 24일·댓글 547개) 등이 종전 'TOP 5'였다. 지난 3일 FA컵 우승을 했을 때 쇄도한 댓글은 525개로 6위였다. 이같은 댓글 순위가 수원의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데 이상호 트레이드 여파는 이전까지의 모든 이슈를 단숨에 뒤집어 버렸다. 29일 오후 현재 무려 1000개에 육박할 정도다.
이 과정에서 이상호가 4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을 자극하는 글을 올렸던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이상호 대체자원으로 새로 영입된 김민우(26)가 1년 뒤 군입대를 해야 하는 사실 때문에 애꿎게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시즌권을 구매를 취소해야겠다'는 민심까지 나오고 있는 '축구도시' 수원. 이래저래 2년 연속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명가'의 수난시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