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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V리그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12연승이란 숫자도 주목받고 있지만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0)의 숨은 명언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어록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온다.
최 감독은 9연승을 따낼 때까지만 해도 겸손함을 유지했다. 지난달 14일 KB손해보험전에서 5연승을 달성한 뒤 "5연승을 했다고 해서 우리가 강팀이거나 우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승을 해야한다'는 부담감보다는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의 어록이 제대로 폭발한 것은 지난 2일 한국전력전부터다. V리그 남자부 사상 최초 한 시즌 두 자릿수 연승을 앞둔 경기였다. 이날 2세트 18-20으로 뒤진 상황에서 최 감독은 "사인이라도 내면서 경기를 해야지. 성의 없어 보이잖아. 그리고 억지로 밝게 하려하지마. 그냥 웃는다고 밝아지는 건 아니잖아. 소신있게 경기를 해야지"라며 호통을 쳤다. 현대캐피탈은 상황을 뒤집어 듀스 접전 끝에 2세트를 따냈다. 승부가 5세트로 흘렀다. 2-4로 뒤진 상황에서 최 감독은 명언을 남겼다. 선수들의 자부심을 깨웠다. "볼이 자기 자신한테 오는데 손이 떨리는 게 보여.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 우리는 10연승을 하는 팀이야. 자부심을 갖고 경기해."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다시 듀스 접전 끝에 16-14로 5세트를 따내며 승리했다.
12연승의 분수령이었던 지난 9일 OK저축은행전에서도 최 감독의 명언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최 감독은 3세트 22-2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불러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너희를 응원한다. 그 힘을 받아서 한번 뒤집어 보자. 이길 수 있다"고 다독였다. 전술적인 주문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끈질기게 따라붙어 듀스 접전 끝에 3세트를 따냈다.
최 감독의 말 한 마디에 심리적으로 강해진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춤을 추고 있다.
한편 10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선 한국전력이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대1로 이겼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0일)
남자부
한국전력(12승18패) 3-1 우리카드(6승24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