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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아시안게임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이 열린 21일. 국내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갑자기 다소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기보배(22·광주광역시청)가 주인공이다. 기보배는 검색어 코너에 등장하자마자 바로 1위에 올랐다.
실력도 뛰어났다. 실업 1년 차인 기보배는 지난 6월 열린 국가대표 2차선발전에서 1위에 올라 일찌감치 광저우행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회 예선라운드 30-50-60-70m에서 합계 1368점을 쏴 1371점을 기록한 윤옥희에 이어 전체 2위로 16강에 올랐다. 활시위를 당긴 뒤 3초 만에 놓을 정도로 속사포다.(양궁은 각 슈팅당 15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과감하면서도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활을 쏘는 모습은 시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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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대표 시절 2004년 유스챔피언십에 나가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에는 세계대학양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어려움도 있었다. 유니버시아드대표까지는 쉽게 됐지만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상위 16명까지는 올랐지만 그 이상이 문제였다. 매번 떨어졌다. 지난 4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44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였다. 기보배는 61명 가운데 34위에 그쳤다. 기대보다 너무나 좋지 않은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기보배는 이때부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 때의 경험이 국가대표선발전 1위는 물론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밑거름이 됐다.
처음으로 들어온 국가대표팀은 기보배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윤옥희 주현정 김문정 등 쟁쟁한 선배들은 막내동생에게 기술적인 노하우를 전해주었다. 조은신 대표팀 감독도 기보배를 언제나 다독여주었다.
조 감독은 기보배에 대해 "차분하고 과감하다. 경험은 적지만 두려움없이 활을 쏘는 스타일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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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오빠 둘이 있다.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야 직성이 풀리는 막내다. 아버지와 오빠들의 무릎위에 앉는 걸 좋아한단다. 결승전 전날인 20일 새벽, 경기도 안산 본가에 전화를 걸었다. 기보배는 아버지 기동연씨(60)에게 잠이 안 온다고 응석을 부렸다. 이날 아침에 한 인터뷰가 잘 나왔는지 확인도 했다. 아버지가 밤새 다독여준 끝에 겨우 잠이 들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기씨는 "보배가 개고기를 먹는 날이면 경기를 잘 풀어나가더라"며 "중고등학교때 개고기를 먹은 날은 좋은 성적을 계속 냈다"고 말했다.
광저우=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