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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우리카드의 '캡틴' 최석기가 정든 장충체육관에 눈물 어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일반적으로 은퇴식에 임하는 선수는 정장 차림으로 등장하기 마련. 하지만 최석기는 달랐다. '주장' 마크가 달린 지난시즌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고 인사를 전했다.
이날 우리카드는 2023~2024시즌 주장으로 팀을 이끈 최석기를 위해 은퇴 기념 영상을 제작해 송출하는 한편, 올시즌 주장 이강원이 기념패와 액자, 꽃다발 등을 전달하며 작별과 더불어 제 2의 인생을 축하했다.
마이크를 잡은 최석기는 "(무안공항 제주항공)여객기 사고로 인해 마음이 무겁다. 유가족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운을 뗐다.
이어 "우리카드에서 은퇴식을 할 수 있었던 건 여러분의 사랑과 구단, 팀 동료, 코칭스태프 분들의 도움 덕분이다. 이렇게 이 자리에서 인사드릴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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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기는 "요즘 우리 아들이 배구선수가 꿈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아빠가 선수로서 기억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유니폼을 입고 은퇴식을 하려고 나왔다"면서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일본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다. 잘 마무리하고 (V리그)코트에 좋은 지도자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근황도 전했다.
은퇴 인사를 전하던 중 울컥한 감정에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최석기는 "너무나 감사했다. 감사하다"며 말을 맺었고, 우리카드 구단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음악과 동료들의 뜨거운 포옹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양대 출신인 최석기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 프로에 입문했다. 입단 첫 해 블로킹 4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데다, 수려한 외모로 '미남 센터'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녔다. 활기찬 세리머니로 코트에 볼거리를 더하는 선수였다.
특히 2014~2015시즌 우승팀인 OK저축은행, 그 당시 세계 최고 레벨의 선수였던 시몬을 상대로 한경기에 8번의 블로킹을 잡아낸 경기가 유명하다. 이후 대한항공 이적 후에도 '시몬 킬러'로 맹활약했고, 2017~2018시즌엔 우승까지 경험했다.
이후 FA로 한국전력으로 돌아왔던 최석기는 2019년 방출되는 아픔도 맛봤다. 하지만 우리카드로 이적, 팀의 라커룸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2023~2024시즌에는 엔트리에서 자주 제외되는 상황임에도 주장을 맡을 만큼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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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트레이드, 챔피언결정전 우승, FA 이적, 방출, 결혼, 득남 등 코트 안팎에서 프로 선수이자 아버지, 남편으로서 온갖 경험을 모두 겪었다. 올해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지원을 받아 일본 배구 2부리그(V리그)의 삿포로 옐로우스타즈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다.
선수 시절처럼 밝은 미소로 가득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최석기를 기대해본다.
장충=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