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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호통' 최태웅 감독, 해답 없는 암흑 속 단단해지고 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11-16 20:38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제공=KOVO

최태웅 감독(41)은 2015년 4월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뒤 좀처럼 선수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면, 화를 낼 일도 없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선수들이 자신이 계획했던 '스피드 배구'를 경험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대 이상의 노력을 해줬고 결과물도 냈다. 2015~2016시즌에는 역대 V리그 정규리그 최다 연승(18연승) 신기록을 작성했고 2016~2017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봤다.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 마땅했고 딱히 정신력 면에서도 호통을 칠 만한 부분이 없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외국인선수의 기량 부재를 국내선수들이 희생정신으로 메워주면서 오히려 최 감독로선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지난 15일 삼성화재와의 라이벌전을 앞두고 오전 훈련 때 선수들에게 크게 화를 냈다. '지난 두 시즌처럼 뭔가 보여줘야 한다',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는 선수들이 기본을 망각하고 쉬운 길을 택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호통의 세기는 그 동안 최 감독을 옆에서 지켜봐 오던 구단 관계자가 놀랄 정도였다.

평소 순하디 순한 최 감독이 자신의 지도 스타일을 버리면서까지 센 발언을 한 건 라이벌전에서 창피함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훈련에서부터 이미 힘든 경기가 될 것임을 직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불안한 요소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노재욱 이승원, 두 명밖에 없는 세터 불안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특히 비 시즌 동안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여파가 시즌 초반에 미치고 있다. 혼돈의 시즌 초반이다. 월드리그와 아시아선수권을 위해 대표팀에 6명을 차출시켜 반쪽 짜리 훈련 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도 그렇지만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외인 교체가 큰 타격이었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지난 시즌 한국전력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켰던 라이트 공격수 바로티를 뽑았지만 연습경기 도중 발목 부상으로 부랴부랴 레프트 공격수 안드레아스를 공수할 수 밖에 없었다. 라이트로 두 시즌을 보낸 문성민은 이번 시즌에 대비해 레프트로 훈련하다 갑자기 다시 라이트로 보직을 옮기면서 최 감독의 전체적인 구상이 깨지고 말았다.

게다가 최 감독은 다른 팀과 달리 신인 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감을 뽑지 않았다. 4~5년 뒤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유망주들을 선택하는 '빅 픽쳐'를 그렸다. 우승 뒤 큰 변화가 없다는 건 전력누수가 크지 않다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 보완을 위한 전력강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 속에서 8경기 중 4승이나 따냈다는 건 최 감독 입장에서 상당한 행운이다. 불안한 서브 리시브와 공격수-세터간 엇박자 속에서도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은 어느 정도 지켜나가고 있다. "현재 기복이 심하다"며 한숨을 내쉰 최 감독은 "해답이 없는 암흑 속에 있는 느낌이 든다. 헤쳐나가려고 발버둥치는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최 감독이 환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다. '기다림'이다. 현대캐피탈에는 분명 반전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자원들이 많다. 최 감독도 완패 속에서 희망의 싹을 봤다. "선수들이 잘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가라 앉는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고 여러 방법을 쓰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보완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 감독도 지도자가 된 지 이제 세 시즌 째에 불과하다. 앞선 두 시즌 결과가 좋아서 그렇지 여전히 깨지면서 배워야 할 지도자다. 오히려 최 감독이 지도자로 롱런 하기 위해선 올 시즌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 감독도 "올 시즌은 배구 공부를 더 많이 하는 해가 되고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현역 시절이나, 감독이 돼서도 패배가 익숙치 않다. 그러나 그 패배가 최 감독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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