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대안없는 급진적 'C제로 룰', 엘리트체육 공멸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7-18 22:02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급히 먹다 체하는 꼴이다. 'C제로 룰'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7일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가 펼친 'C제로 룰'에 굴복했다. 2018년부터 대학축구 U리그에 C학점 미만 선수의 출전을 금지시키기로 했다.

당초 협회는 KUFS의 정책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4개월간 버티던 협회도 결국 돈의 논리에 무릎을 꿇고말았다. U리그는 총장협의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한다. 그런데 '제2의 정유라'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C제로 룰'을 강력하게 시행한 문체부의 의지에 총장협의회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협회도 실무진의 반대에도 고위층은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식 대안에 2017년 대학을 다니는 2~4학년 운동선수들은 모두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미 규정의 병폐는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축구계에선 'C제로 룰'이 개선되지 않으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고교 선수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축구 에이전트 A씨는 "학점을 출전 기준으로 삼기로 하면서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고교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C제로 룰'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연세대였다. 선수 절반이 학점 미달로 U리그 출전을 포기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프로 팀과의 연습경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시즌 운영을 밝혔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세대의 연습 상대는 주로 한 수 아래인 고교 팀이었다.

사실 운동선수들도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규정 적용 시기와 방식이 문제였다. 융통성 없이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진행됐다. 조금만 신중하게 접근더라도 예상된 문제점을 지우고 갈 수 있었다. 서울 주재 대학의 B선수는 "이젠 2~3학년 때 프로로 가도 대학에선 졸업장을 주지 않는다. 대학 중퇴가 된다. 그 동안 학교도 구단으로부터 연대기금과 선수로부터 발전금을 받아왔었는데 정치적 이슈 때문에 한 순간에 돌아선 모습은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축구선수들은 이제 대학 진학 대신 곧바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또는 3부 리그 격인 K3 챌린저스리그를 노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수의 에이전트들은 "기량이 좋은 고교선수들은 프로에 가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좀 더 경험을 하고 싶은 선수들이 대학을 가게 되는데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돈도 벌면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또 요즘은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이적하는 선수들도 늘어나면서 번외지명으로 챌린지 또는 챌린저스리그 팀에 입단하겠다는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구계도 'C제로 룰'의 직격탄을 받았다. 최근 남해에서 열린 대학배구대회를 직접 관전하고 온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상태가 심각해보였다. 조별리그 때까진 괜찮았지만 경기수가 늘어날수록 급격한 체력저하가 눈에 띄더라. 대학 감독님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C학점 룰' 영향이 큰 것 같더라"며 혀를 찼다.

배구계 명문 대한인 한양대에선 더 심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8개 종목의 운동부를 관리하고 있는 한양대는 서울 본교에서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 운동선수 절반을 안산캠퍼스 소속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그런데 'C제로 룰' 시행 이후 서울에서 오후 7시30분~10시까지 훈련을 마친 배구부 선수들은 강의를 듣기 위해 익일 오전 6시마다 안산캠퍼스로 출발한다. 그리고 강의가 끝나면 다시 서울로 올라와 훈련하는 고된 생활을 하고 있다. 배구 관계자는 "이런 방식대로 운영되면 엘리트체육은 공멸하게 된다. 특히 배구는 운동할 시간이 없어 기술훈련도 안되는데 체력훈련이 되겠는가"라며 하소연을 했다. 이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대학리그 때 지방 경기도 전날 가야하지만 출석을 인정해주지 않아 강의가 다 끝나고 야간에 이동한다"며 개탄을 감추지 못했다.

또 "운동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학점 경쟁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운동선수들끼리 학점 경쟁을 하는 홍익대처럼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을 먼저 한다는 자체도 웃기는 일"이라고 했다.

'C제로 룰' 취지는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기본이 안된 선수들에게 공부를 요구하는 건 강요나 다름없다. 다른 배구 관계자는 "현재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 적용되면 되는 규정들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에겐 가혹한 처사"라며 "막말로 C학점을 딴다고 해서 취직시켜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취직도 안돼 운동도 제대로 못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마감직전토토 국내 유일 실시간 현장정보 무료 제공 이벤트 실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