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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플레이오프입니다."
김 감독의 예상대로였다. OK저축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2승으로 셧아웃 시켰다. 전반기 좋았던 OK저축은행의 모습이었다. 김 감독이 불어넣은 마법이었다. 부상한 이민규 대신 공격을 지휘한 곽명우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살림꾼 송희채도 완벽한 리시브를 선보였다. 유종의 미를 원하는 '외국인 주포' 시몬은 괴력을 과시했다. 미팅을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효과 때문이었다. 그래도 OK저축은행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상대는 18연승의 현대캐피탈이었다. 김 감독의 3년 후배인 최태웅 감독의 스피드 배구가 정점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승부사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스승이자 '배구의 신'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을 넘었던 김 감독의 지략이 다시 한번 통했다. "현대캐피탈을 이길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는 김 감독은 연승행진과 우승을 해야한다는 현대캐피탈의 부담감을 역이용했다. 분수령은 1차전이었다. 전문가들도 1차전 향방이 우승팀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 했다. OK저축은행은 역대 챔피언결정전 최장기간 경기 기록을 세우며 3대2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의 '버티는 배구'가 주효했다. 그는 "경기 초반에는 현대캐피탈이 경기 감각이 떨어진 탓에 블로킹 등에서 약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 세트를 거듭할수록 무서워지더라"며 "버티는 배구를 했는데 성공했다. 유효 블로킹과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아보려 했는데 다행히 통했다. 리베로 정성현이 정말 잘 막아냈다"고 했다.
"기적 같다"던 김 감독의 말대로 지난 시즌 우승이 운이 따랐다면, 이번 시즌은 김 감독의 치밀한 승부수가 완벽히 들어맞은 결과다. 이제 명장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바야흐로 V리그 남자부는 김세진 시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