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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연고지 이전? 악순환 시작이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11-10 07:56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연고지 이전 루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돌았다.

논리는 전남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본사와 함께 연고지도 본사 주위에 있는 광주로 옮긴다는 것이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가 김천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것과 같은 논리였다.

한국전력과 도로공사의 경우는 같은 이치지만, 속내는 다르다. 도로공사는 본사 이전에 맞춰 배구단 이전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경기장 확보와 개보수부터 훈련장, 선수단이 사용할 숙소까지 시간을 두고 준비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전을 택했다. 포기한 것 중 하나로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시 돼야 할 요소인 '팬 베이스'다. 다수의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경기장 접근에 용이한 수도권(성남)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팬 확보 측면에서 바라보면 황무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구단이 연고지에 정착하고, 연고 팬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적어도 10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프로배구도 '동계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렸지만, 팬들의 인기를 실감하기 시작한 건 출범 이후 10년째부터다.

이 측면에서 보면, 한국전력은 도로공사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연고지 이전은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광주에는 전혀 배구 팀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경기장 확보, 전용 훈련장, 숙소 등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광주시는 염주체육관을 활용하라고 할 뿐 나머지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1987년에 지어진 염주체육관은 노후됐다. 2012년 월드리그 때는 누수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배구장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다. 9100명을 수용할 수 있긴 하지만, 갑작스런 환경 변화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무엇보다 스타 플레이어의 이탈도 우려된다. 선수들은 수도권에 거주하길 원한다. 그러나 지방에서 생활할 경우 동기부여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을 때 수도권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원정경기 시 이동시간이 길어진다. 2m에 가까운 선수들이 장시간 이동을 할 경우 당연히 경기력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력 저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구단이 떠안는다. 성적에 비례한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없다.

한국전력의 연고지 이전은 결국 조환익 사장의 말 한 마디로 결정난다. 구단주의 의지에 달려있다. 다만, 정치권과 연계돼 연고지 이전이 이뤄져선 안된다. 순수한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되면 팀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8년간 한국전력을 품어준 수원 팬들의 신의를 잊어선 안된다.

한편, 9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V리그 남자부 경기서는 대한항공이 KB손해보험을 3대0(29-27, 25-23, 26-24)으로 완파했다. 승점 17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승점 14)을 제치고 단독 2위에 올랐고 5연패의 KB손해보험은 취하위에 머물렀다.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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