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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V리그 최고의 라이벌이다.
현대캐피탈은 전통적으로 높이가 좋은 팀이었다. 장신 센터들이 즐비해 높이로 상대를 압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현대캐피탈만의 색깔이 사라지면서 삼성화재의 기에 눌렸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선택과 집중이 눈에 띈다. 상대 속공은 내주더라도 레프트와 라이트 공격은 높이로 막아내고 있다. 4일 삼성화재전 3세트 때 연출된 장면이 이를 입증한다. 13-6으로 앞선 상황에서 문성민이 삼성화재 센터 이선규의 속공과 정동근의 세 차례 스파이크를 막아내는 강한 집중력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특히 '초보 감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밀당 리더십도 돋보이고 있다. 최 감독은 삼성화재와의 시즌 첫 대결에서 충격요법을 활용했다. 경기 당일 오전 훈련 때 선수들의 훈련 태도가 마음에 들지않자 훈련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짐을 싸고 숙소 복귀를 명했다. 감독의 불호령에 선수들은 느슨해진 긴장감을 다시 조였다. 그러나 시즌 두 번째 대결에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풍겼다. 최 감독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 명언으로 선수들의 필승의지를 고취시켰다. "배구에는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코트를 놀이터라고 생각해라. 놀다온다고 생각해라. 즐기고 와라." 마음의 짐을 던 선수들은 감독의 주문대로 '스피드 배구'를 즐겼다.
현대캐피탈은 라이벌전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원동력은 '이기려는 배구'가 아니다. 하얀 도화지에 색칠해 나가고 있는 최 감독의 '색깔있는 배구'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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