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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정아 소집불응 사태, 女배구 '도미노 현상' 벌어지나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11-01 09:10


IBK기업은행 박정아(오른쪽).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지난 31일 한국 여자배구의 샛별이 빛을 잃게 됐다. IBK기업은행 레프트 박정아(18)가 향후 1년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게 됐다. 2011년 월드컵 여자배구대회(상위 3팀에 올림픽 출전권 부여)를 대비한 소집훈련에 불응했다는 것이 이유다. 대한배구협회는 또 다른 징계도 추가했다. 한국배구연맹에 V-리그 4주간(10월 31일~11월 27일) 출전정지를 요청했다. 그렇다면 악성 고질병과 같은 여자배구 대표 차출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무엇이 마찰의 원인일까.

갈등의 시작은 지난 9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표팀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내년 5월 일본에서 열릴 2014년 런던올림픽 세계예선대회 진출권이 걸린 아시아선수권대회였다. 당시 협회와 구단은 격론 끝에 선수 차출에 대해 공평한 결론을 냈다. 각 구단에서 두명씩 대표팀에 보내주기로 합의했다. 국위선양이라는 대의적인 명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IBK기업은행은 적극적이었다. 세터 이효희를 비롯해 김희진 박정아 등 주전 선수 세명을 흔쾌히 대표팀에 내줬다. 그런데 다음 대회인 월드컵이 문제였다. 대회가 벌어지는 기간이 2011~2012시즌 국내 V-리그 1라운드 기간과 맞물렸다. 그렇다고 협회는 구단들의 사정을 봐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국제배구연맹 규정에 힘들어 했다. 월드컵에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9명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했다. 특히 세계예선대회에서도 월드컵 출전 멤버 중 9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점을 고려하면 월드컵 멤버를 1.5군 또는 2군으로 꾸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IBK기업은행 뿔났다?

이정철 IBK감독은 지난 22일 KGC인삼공사와의 V-리그 개막전에서 1대3으로 패한 뒤 불만을 토로했다. 박정아가 대표팀에 다녀온 뒤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부산남성여고를 졸업한 박정아는 신생팀 IBK기업은행의 우선지명으로 프로무대에서 뛰게 된 신인이지만, 김희진과 함께 대들보같은 존재다. 소속팀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전력에 큰 보탬이 되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국제대회를 소화한 뒤 정신력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주눅이 들었다면, 구단에선 선수가 회복이 될때까지 대표팀에 보낼 수 없었다. 그런데 협회 강화위원회는 세계예선대회를 바라보고 박정아를 예비 엔트리(20명)는 물론, 최종명단(14명)에 포함시켰다. 구단이 협회에 '박정아의 대표 차출 연기'를 정식으로 공문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단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협회가 아니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박정아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미노 현상' 일어날까

박정아가 대표팀 소집일(30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최종명단에 IBK기업은행 선수는 결국 한명(김희진) 밖에 남지 않았다. 아시아선수권 당시 신생팀 IBK기업은행에서 세명을 뽑은 것부터 실수였다. 그러나 협회도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월드컵 최종명단에선 협회가 한발짝 물러섰다. 대표팀 세터 이효희를 정지윤(양산시청 세터)으로 교체해 IBK기업은행 선수운영에 숨통을 틔여줬다. 그러나 박정아가 빠지면서 형평성이 어긋났다. 각팀에서 두명씩 차출에 응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IBK기업은행이 깬 셈이 됐다. 이번 사태로 인해 나머지 5개팀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 불보듯 뻔하다. '우리 선수도 대표팀에서 빼달라.' 이렇게 되면 대표팀은 꾸려질 수 없다. 만약 구성된다해도 제대로 성적이 날지 의문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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