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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 9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표팀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내년 5월 일본에서 열릴 2014년 런던올림픽 세계예선대회 진출권이 걸린 아시아선수권대회였다. 당시 협회와 구단은 격론 끝에 선수 차출에 대해 공평한 결론을 냈다. 각 구단에서 두명씩 대표팀에 보내주기로 합의했다. 국위선양이라는 대의적인 명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IBK기업은행은 적극적이었다. 세터 이효희를 비롯해 김희진 박정아 등 주전 선수 세명을 흔쾌히 대표팀에 내줬다. 그런데 다음 대회인 월드컵이 문제였다. 대회가 벌어지는 기간이 2011~2012시즌 국내 V-리그 1라운드 기간과 맞물렸다. 그렇다고 협회는 구단들의 사정을 봐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국제배구연맹 규정에 힘들어 했다. 월드컵에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9명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했다. 특히 세계예선대회에서도 월드컵 출전 멤버 중 9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점을 고려하면 월드컵 멤버를 1.5군 또는 2군으로 꾸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IBK기업은행 뿔났다?
'도미노 현상' 일어날까
박정아가 대표팀 소집일(30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최종명단에 IBK기업은행 선수는 결국 한명(김희진) 밖에 남지 않았다. 아시아선수권 당시 신생팀 IBK기업은행에서 세명을 뽑은 것부터 실수였다. 그러나 협회도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월드컵 최종명단에선 협회가 한발짝 물러섰다. 대표팀 세터 이효희를 정지윤(양산시청 세터)으로 교체해 IBK기업은행 선수운영에 숨통을 틔여줬다. 그러나 박정아가 빠지면서 형평성이 어긋났다. 각팀에서 두명씩 차출에 응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IBK기업은행이 깬 셈이 됐다. 이번 사태로 인해 나머지 5개팀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 불보듯 뻔하다. '우리 선수도 대표팀에서 빼달라.' 이렇게 되면 대표팀은 꾸려질 수 없다. 만약 구성된다해도 제대로 성적이 날지 의문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