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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드민턴협회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 의혹…'페이백' 관련 회의록 감추려다 무산되자 자료 은폐 급급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4-09-10 06:02


[단독]배드민턴협회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 의혹…'페이백' 관련 회의록 감…
배드민턴 승강제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셔틀콕 페이백'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시도하거나 자료 은폐에 급급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배드민턴협회 수뇌부가 '안세영 작심발언'이후 '페이백' 부당 집행 의혹이 불거지자 관련 이사회 속기록을 감추려고 했다가 담당 부서의 저항으로 실패했다. 협회가 감추려고 했던 자료는 지난 2월에 열린 제90차 이사회 회의록이다. 당시 이사회에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페이백' 의혹이 본격 제기됐다. '페이백' 의혹은 협회가 국고 지원 사업(승강제리그)을 위한 용품(셔틀콕)을 구매하면서 30%의 물량을 '페이백'으로 받아 불투명하게 집행했다는 것으로, 문체부 조사위원회의 집중 조사 대상이다.

당시 이사회에서 김 회장은 이사들의 항의성 질의에 대해 30%의 페이백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내가 구매 협상을 잘 한 결과인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에서 '페이백' 논란을 벌였던 90차 이사회 속기록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속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당해 왔다. 지난 달 안세영 사태를 계기로 '페이백'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도 협회는 각 언론들의 요청에 대해서도 같은 답변으로 일관했다.


[단독]배드민턴협회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 의혹…'페이백' 관련 회의록 감…
심지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신동욱 의원실(국민의힘)의 해당 자료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신동욱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이사회 회의록은 다 제출됐는데, '페이백'이 언급됐던 이사회의 속기록만 남겨둔 게 없다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90차 이사회 회의록은 김 회장의 '페이백' 의혹과 관련해 일부 이사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진상 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는 핵심 증거자료다.

하지만 협회는 그동안 관련 자료에 대해 '모르쇠'로 대응해왔다. 스포츠조선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협회 사무국의 고위 간부 A씨는 '페이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달 회의록 작성·관리를 맡는 담당 부서에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90차 이사회 속기록을 은폐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담당 부서에서는 부당한 업무지시라고 판단,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현재 배드민턴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소문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상태다. 간부 A씨가 이같은 지시를 내린 데에는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배드민턴계의 판단이다. 스포츠조선에 관련 사실을 알린 제보자는 "담당 부서 팀장이 다행히 부당한 일에 타협하지 않는 양심적인 스타일이어서 증거 인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면서 "담당 팀장이 그 일로 인해 심적으로 적잖이 괴로워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협회는 그동안 각종 이슈와 관련해 폐쇄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의혹을 키워왔다. 밀실에서 '안세영 작심발언'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가 문체부의 제동에 막혔고, '페이백' 의혹과 관련해서도 국고 지원 사업 관련 구매는 '나라장터'를 통해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위반했다.


[단독]배드민턴협회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 의혹…'페이백' 관련 회의록 감…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이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그동안 각계에서 정보 공개를 요청했던 이사회 회의록에 대해서도 은폐하는데 급급했다. 지난 2월 이사회 회의록 공개를 요청할 때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당시 협회 간부가 회의록 제출 요청에 대해 '회장님에게 보고를 한 뒤 공개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답변한 뒤 '공개 불가'를 통보한 적이 있었다"면서 "이런 정황만 놓고 보더라고 회의록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협회는 그동안 '회의록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협회 고위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의 해명 요청에 대해 "회의록 삭제나 폐기를 지시한 적이 없다. 뭔가 와전된 것 같다. 국희의원실에 제출한 일부 자료가 언론을 통해 너무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을 보고 프라이버시 문제가 우려돼 '외부 공개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은 있다"면서 "그동안 언론 등에 회의록 제공을 거부한 것도 '회의록이 없다'는 게 아니라 '외부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실에 자료 제공을 누락한 것에 대해서는 "변호사 자문을 받아봐도 그렇고, 외부기관에서 달라는 자료를 모두 제공해야 하는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체부의 경우 협회를 방문해 USB 저장장치에 모든 회의록 자료를 내려받아 간 것처럼 협회를 방문한 자료 요청에는 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체부는 10일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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