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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드민턴협회 국고지원사업에 이상한 '수의계약' 의혹…'페이백' 셔틀콕 '나라장터' 패싱 드러나, 문체부 면밀 조사 중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4-09-02 06:03


[단독]배드민턴협회 국고지원사업에 이상한 '수의계약' 의혹…'페이백' 셔…
(영종도=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7일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에 동행한 김 회장은 선수단보다 먼저 돌아왔다. 2024.8.7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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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드민턴협회가 국고 지원 사업을 시행하면서 편법 '수의계약' 등 불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협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중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협회는 국민체육진흥기금 보조사업인 승강제리그에 사용할 용품(셔틀콕)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를 통하지 않고 국가대표팀 후원사인 요넥스와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 국가 보조금 지원을 받아 예산을 집행할 경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의무적으로 나라장터 입찰을 거쳐야 한다.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의 '2000만원 이하(여성기업·장애인기업은 5000만원 이하)'일 때다.

하지만 2022년부터 승강제리그를 실시해 온 협회가 그동안 구매한 셔틀콕의 물량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나라장터 입찰을 거친 적은 없었다. 이 셔틀콕 구매와 관련해 최근 불거진 것이 김택규 회장의 '30% 페이백' 의혹이다. 김 회장이 요넥스와 승강제리그 사용구 구매 계약을 하면서 전체 물량의 30%를 더 받아 회계 처리하지 않고, 각 시·도협회에 불투명하게 배분했다는 것으로, 문체부의 조사 대상이다.


[단독]배드민턴협회 국고지원사업에 이상한 '수의계약' 의혹…'페이백' 셔…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이 2023년 2월 요넥스와의 국가대표 후원 협약식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요넥스 코리아
협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신동욱 의원실(국민의힘)에 제출한 '2023년 후원 내역'에 따르면 일부 지역 협회에 뿌려진 셔틀콕은 총 6800타 가량이다. 이를 '30%'로 보고 역산하면 전체 구입량은 2만2700타에 이른다. 생활체육용 셔틀콕 1타(12개 들이 1통) 가격이 1만8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023년에만 4억원어치 구매한 셈이다.

배드민턴 승강제리그는 2022년 사업규모 21억원(62개 리그)으로 시작해 2023년 25억원(125개 리그)으로 증가했고, 올해 166개 리그(예산 미확정)로 더 늘어나는 등 문체부가 지원하는 7개 종목 승강제리그 가운데 최다 예산을 받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협회 측에 '나라장터'를 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다. 이에 협회 관계자는 협회와 요넥스의 공식 후원사 계약서 중 일부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답변을 대신했다. 협회가 제시한 자료는 제3항(협회의 라켓, 의류 및 액세서리 사용 의무)과 제5항(협회의 전폭적인 협조 및 사업 수행 협조) 조항이었다. 제3항은 '협회는 계약 지역 내에서 모든 경기, 트레이닝 기간뿐만 아니라 교육 기간, 사진 게재나 기타 홍보 활동 참여시 THE TEAM(대표팀)이 (요넥스)라켓, 의류와 액세서리만을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고, 제5항에서는 '협회는 사업수행을 위하여 배드민턴 용품을 구매하여야 할 경우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 또는 요넥스 코리아와 우선적으로 거래함을 원칙으로 하며 요넥스는 제품 출고가격 조건으로 용품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단독]배드민턴협회 국고지원사업에 이상한 '수의계약' 의혹…'페이백' 셔…
배드민턴 승강제리그 한 장면.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요넥스와의 계약서에 '우선 거래'를 약속했으니 수의계약을 했다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다른 종목 단체와 관계기관 담당자들은 배드민턴협회의 이런 유권해석이 너무 자의적인 것을 떠나 관련법을 교묘하게 위반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승강제리그는 국고 지원금 사업이고, 요넥스와 협회의 후원 계약은 사적인 거래인데 어떻게 공적 영역에 사적인 잣대를 들이대서 협회 편한대로 일처리를 하느냐는 것이다. 한 종목 협회의 관계자는 "우리 단체에서 이와 똑같은 업무를 처리했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나라장터를 통했을 것이다. 각 단체의 사업·재무 담당자들에게 '국고 사업은 무조건 나라장터'라는 사실은 기본이다"면서 "이런 사업에 나라장터를 패스한 것부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넥스와의 우선 거래 약속을 지키려 했다면 일단 나라장터에 올린 뒤 응찰자 평가에서 요넥스로 몰아주면 될 일이었다"면서 "혹시 전체 구매 물량을 2000만원 이하로 잘게 쪼개서 나라장터를 패스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편법적인 꼼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재 3주일째 조사를 벌이고 있는 문체부 감사팀도 '나라장터 누락건'을 무겁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감사팀이 각종 자료 확보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파악한 협회의 의혹·혐의를 사안별 리스트로 정리해 조사 중인데, 배드민턴에 승강제리그 최다 예산이 투입된 만큼, 나라장터를 통하지 않은 예산 집행을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조선은 협회의 다른 책임있는 고위 관계자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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