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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길영아의 아들이 아닌 김원호의 엄마로!"
사실 길 감독은 김원호를 운동선수로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누구보다 힘든 길이란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는 속이지 못했다. 김원호는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였다. 엄마 따라 배드민턴장에서 놀던 김원호는 자연스럽게 선수의 길을 걸었다.
쉽지 않았다. '길영아'라는 이름은 김원호에게 큰 벽이었다. 성적이 좋으면 '엄마빨이네'라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엄마만 못하네'라고 했다. 김원호는 주변의 보이지 않는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엄마에게 반항도 했지만, 그럴수록 운동에 집중했다. 2017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가 된 김원호는 엄마가 감독으로 있는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자복식에 나섰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고,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패했다.
절치부심한 김원호는 파리올림픽에서 결승에 오르며 마침내 엄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얻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원호는 "이제 제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김원호는 엄마의 말을 따라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파리=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