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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 했다. 한발만 잘못 쏘면 이기기 힘든 상황. 마지막 한발은 '맏언니' 장혜진(31·LH)의 몫이었다. 숨을 깊게 내쉰 그는 과녁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손을 떠난 마지막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순간,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10점 만점. 위축됐던 분위기가 한국으로 넘어 오는 순간이었다.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개인전 금메달이 떼논 당상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장혜진의 8강 탈락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장혜진은 "양궁 선수들이 매일 매일 똑같이 쏜다고 하지만, 자세나 감각이 매일 다르다. 그걸 일정하게 하기 위해 하루에 400~500발씩 쏜다. 개인전을 할 때는 포인트에 확신이 없어서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라고 되돌아봤다. 팀 동료 강채영(22·경희대)도 4강에서 패했다.
선수들이 모두 마음 고생을 했다. 장혜진은 단체전에서도 1위 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씩 살아났다. 지난 25일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세 명이 힘을 합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장혜진은 "연이틀 결과가 좋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동생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결승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면서 "서로를 믿고 집중하기로 했다. 단합이 잘 됐다. 이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 무조건 금메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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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발로 비로소 이번 대회에서 겪은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장혜진은 "힘들었지만 그 어려운 상황에서 동생들이 끝까지 믿어주고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제일 힘든 부분은 내가 못 쏴서 양궁을 응원하고 사랑해주신 분들을 실망시켜드린 것 같아 마음의 상처가 제일 컸다. 한국 양궁을 누구보다 믿고 계셨을텐데, 나로 인해 그 믿음이 무너진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단체전에서 값진 메달로 위로를 받아서 좋다. 이번 대회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의 계기가 된 것 같다"며 흡족해 했다.
'맏언니'를 따라 집중한 동생들도 장혜진을 치켜세웠다. 강채영은 "오늘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어려웠을 때 이겨낸 것 같다. (장)혜진이 언니의 마지막 10점이 고맙다. 그간 고생했던 만큼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서 값진 메달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어 그는 "동생들은 언니만 믿고 따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 양궁의 자존심을 건 장혜진의 마지막 한발. 혼신의 염원을 담은 화살이 10점 과녁을 통과했다. 한국 양궁의 태양은 여전히 중천에 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