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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10개 못 땄으면 템즈강에 빠져죽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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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현장에서도 박 촌장은 어디서나 존재하는 '유비쿼터스' 촌장님이었다. 전종목 선수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누구보다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지난 8일 전상균의 역도 경기장에서 박 촌장은 바벨 앞에 선 전상균을 향해 두 팔을 벌려 기를 모아주기 시작했다. 인상 200㎏ 실패를 누구보다 안타까워 했다. "저 정도는 연습기록에서도 충분히 나오는데… 용상 250㎏ 넘어가면 힘든데…." 선수의 연습기록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균!"이라는 이름을 외치며 온몸에 힘을 다해 기를 모으는 촌장님을 외국 선수단 관계자들이 신기한 듯 바라봤다.
지난 2년간 600일 넘게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태릉을 지켰다는 박 촌장은 선수들의 성격은 물론 형제 관계, 여자친구, 집안 내력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김현우는 부모님이 헌신적이야, 매주 태릉에 오거든. 홍삼을 싸들고 와서 아들한테 주고 가지" "복싱의 한순철이는 딸래미 도이 때문에 잘할 수밖에 없어. 도이 얘기만 하면 힘이 번쩍 날 걸, 무조건 잘해야 돼." "대남이는 딸이 하난데, 이름은 재희고, 얼마전에 백일잔치를 했어. 당연히 나도 갔었지." 선수들을 자식처럼 아끼는 남다른 관심과 스킨십은 메달을 향한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박 촌장의 열정은 보답받았다. 금메달 13개-종합 5위 최고의 성적으로 런던올림픽을 마감하게 됐다. "이제 템즈강에 빠져죽지 않아도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