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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전 초등학생 제자 성폭행 혐의'테니스코치, 항소심도 징역10년형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24 22:46



17년 전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생 여제자에게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테니스 코치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복형)는 24일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40)에 대한 항소심에서 지난해 10월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또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기각됐다.

김씨는 2001년 4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1년반 동안 강원도 철원군 모 초등학교 테니스코치로 재직하면서, 제자였던 미성년자 테니스 선수 A씨에게 라커룸 등에서 성추행, 성폭행을 수차례 가해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10대 초반 나이 어린 제자를 코치의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죽을 때까지 너와 나만 아는 것이다. 말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겁박하며 사건을 은폐한 혐의다.

A양을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김 코치는 학교를 떠났고, 이후 A양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10대 초반의 상처는 평생 가슴에 남았다. 8년이 지난 2009년 9월 일기에도 '복수심으로 나를 파멸로 몰고 가고 있으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맞는지 모르겠다. 누가 좀 알려주세요. 내가 어떻게 해야 옳은 건지, 슬프다. 세상에 진 기분이다'라고 적었다.

성인이 된 A씨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뒤틀린 과거를 바르게 되돌려놓기로 결심했다.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를 중하게 처벌하는 법이 개정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용기를 냈다. 2012년 9월 '여성의 전화'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전북 성폭력 상담소, 익산 성폭력 상담소, 익산 경찰서까지 찾아갔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2016년 5월 한 테니스 대회에서 피고인 김 코치를 15년만에 우연히 마주쳤다. A씨는 "사건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30분 가량은 혼자 소리내 울었다"고 털어놨다. 십수년을 괴롭혀온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정면승부를 결단했다. 사건 이후 15년만에, 외로운 법정 다툼을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증거 수집에 나섰다. A씨와 어린 시절 동고동락했던 테니스부 동료들이 증인을 자청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A씨를 치료한 정신과 전문의들은 일제히 "피해자는 과거 외상과 연관된 자극에 재노출된 후 불안,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반복회상, 우울감 등을 보이고 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 김 코치는 경찰조사 중 변호인에게 "내가 그때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하기도 했으나, 법정에서는 태도를 바꿨다. 피고인 김씨는 "한차례 강제추행한 사실은 있으나 강간한 사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발생 16년만에 '테니스 코치'의 유죄를 인정,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피고측이 즉각 항소하면서 A씨의 고통과 불안감은 계속됐다.

6개월여 만인 24일 항소심 재판부가 4번의 선고연기 끝에 항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김씨에 대한 징역 10년형, 원심을 유지했다. "피해자가 이미 10여년이 더 경과한 시점에 갑작스럽게 A씨를 허위로 무고할 이유나 동기 등을 찾아보기 어렵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유발할 만한 사건이 달리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그럼에도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피고 김 코치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A씨는 여성 체육인으로서 한국스포츠개발원 여성스포츠리더 과정 등을 이수하며, 스포츠인의 올곧은 초심을 지켜왔다. 1심 판결 직후 A씨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법정 싸움을 벌이고 사건을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복수심 때문이 아니다. 체육계에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운동하는 어린 후배들이 더 이상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16년만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항소 기각 판결 직후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고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신 분들이 많다. 일일이 감사인사를 못드려 죄송하다. 정의가 무엇인지, 진심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 판사님들께도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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