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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생 여제자에게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테니스 코치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A양을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김 코치는 학교를 떠났고, 이후 A양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10대 초반의 상처는 평생 가슴에 남았다. 8년이 지난 2009년 9월 일기에도 '복수심으로 나를 파멸로 몰고 가고 있으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맞는지 모르겠다. 누가 좀 알려주세요. 내가 어떻게 해야 옳은 건지, 슬프다. 세상에 진 기분이다'라고 적었다.
성인이 된 A씨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뒤틀린 과거를 바르게 되돌려놓기로 결심했다.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를 중하게 처벌하는 법이 개정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용기를 냈다. 2012년 9월 '여성의 전화'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전북 성폭력 상담소, 익산 성폭력 상담소, 익산 경찰서까지 찾아갔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고인 김 코치는 경찰조사 중 변호인에게 "내가 그때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하기도 했으나, 법정에서는 태도를 바꿨다. 피고인 김씨는 "한차례 강제추행한 사실은 있으나 강간한 사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발생 16년만에 '테니스 코치'의 유죄를 인정,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피고측이 즉각 항소하면서 A씨의 고통과 불안감은 계속됐다.
6개월여 만인 24일 항소심 재판부가 4번의 선고연기 끝에 항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김씨에 대한 징역 10년형, 원심을 유지했다. "피해자가 이미 10여년이 더 경과한 시점에 갑작스럽게 A씨를 허위로 무고할 이유나 동기 등을 찾아보기 어렵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유발할 만한 사건이 달리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그럼에도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피고 김 코치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A씨는 여성 체육인으로서 한국스포츠개발원 여성스포츠리더 과정 등을 이수하며, 스포츠인의 올곧은 초심을 지켜왔다. 1심 판결 직후 A씨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법정 싸움을 벌이고 사건을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복수심 때문이 아니다. 체육계에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운동하는 어린 후배들이 더 이상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16년만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항소 기각 판결 직후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고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신 분들이 많다. 일일이 감사인사를 못드려 죄송하다. 정의가 무엇인지, 진심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 판사님들께도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