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평창의 희망 차민규 부상설움 날린 '쾌속질주'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2-02 17:50


차민규(왼쪽)가 알마티동계유니버시아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김관규 감독(가운데), 김영진(남자 500m 동메달)과 함께 메달 획득 신고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체육회

'3년간 날을 갈아왔다. 이제 1년 남았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다크호스' 차민규(23·동두천시청)가 평창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2017년 시작부터 쾌속질주다.

차민규는 1일(한국시각)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고 있는 제28회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번 금메달 기록은 70초40(1차 35초16+2차 35초24). 경기가 펼쳐진 메데우빙상경기장 링크 레코드였다.

올해 들어 금메달 행진중이다. 차민규는 지난달 열린 제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사전경기 남자 일반부 500m에서 34초95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8)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하며 새로운 단거리 최강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흔히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단거리 유망주들은 '모태범을 꿈꾸는 자'로 비유된다. 그런 모태범을 뛰어넘어 유니버시아드까지 제패했으니 더 할 나위가 없다.

차민규의 신기록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남자 500m 35초05의 대회신기록을 작성했다. 여기에도 모태범을 0.54초 차로 제치고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삿포로아시안게임 선발전까지만 해도 차민규는 빙상계에서 사실상 무명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제법 잘 나갔다. 초등학교 4학년때 쇼트트랙 선수로 시작한 그는 서울 동북중-동북고를 거치며 주니어 쇼트트랙에서 톱클래스를 달렸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순간 스피드가 빠른 장점을 극대화하자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2012년 한국체대 진학 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년 만에 불운이 닥쳤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하다가 오른쪽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쳤다. 올림픽 출전의 꿈이 날아간 것도 허망한데 부상이 완치되더라도 예전 기능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란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선수생활 포기까지 고민했다.

슬럼프에 빠진 차민규를 일으킨 것은 '꿈(태극마크)은 이뤄진다'였다. "그만 두더라도 국가대표는 한 번 해보고 그만 두자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렸다."

그의 투혼 앞에 부상 후유증도 기적같이 달아나기 시작했고 새로 찾아 온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고 한다. 소속팀 동두천시청의 이인식 감독도 "타고난 순발력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짧은 기간에 이만큼 성장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차민규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더 굵직한 무대를 향해 강행군이다. 3일 동계유니버시아드 남자 1000m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 뒤 곧바로 귀국해 강릉에서 열리는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9~12일)에 출전한다. 이어 19∼26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빛 질주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숱한 피니시라인을 가장 먼저 통과해 온 차민규. 그에게 남은 진정한 피니시라인은 1년 앞으로 다가 온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재활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차민규. 그는 3년 전 한이 맺힌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를 향해 "다시 달려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핵꿀잼' 펀펌+'핵미녀' 디바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