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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토리]심쿵! 친절한 '친한파'크라머의 손하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3-10 15:16





네덜란드 최고의 스포츠 스타,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30)의 이름은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도 대단히 친숙하다.

스피드스케이팅이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네덜란드에서 크라머는 김연아, 메시, 호날두에 필적하는, 그야말로 '우주스타'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크라머는 이승훈의 '행운의 금메달'과 함께 한국 팬들 사이에 더 유명해졌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결승에서 이승훈과 나란히 달렸다. 이승훈보다 한발 앞서 골인했지만 인코스, 아웃코스를 헷갈리는 해프닝으로 실격, 금메달을 놓쳤다. 소치올림픽에서 5000m 2연패에 이어 팀추월 금메달, 1만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5000m, 1만m 장거리 종목의 '세계 1강'이자 2007년 이후 총 8차례나 세계선수권, 유럽선수권을 제패한 '철인'이다. 10년간 정상을 지켜온 철저한 자기관리, 단단한 허벅지 근육과 완벽한 스케이팅 기술에 배우 맷 데이먼을 닮은 듯한 훈훈한 소년의 외모도 인기에 한몫 했다.



한국 팬들이 크라머를 사랑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 팬들을 위한 그의 노력은 특별하다. 크라머는 설, 추석 명절, 대회 때마다 트위터에 한글로 인사와 근황을 전한다. 지난 7일 세계올라운드선수권 8회 우승 직후에도 한국 팬들만을 위한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한국에 계신 팬 여러분 제가 지난 주말에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올라운드선수권에서 8번째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번 주말 히렌빈에서 이번 시즌 마지막 대회에 참가하는데요. 여러분이 많이 응원해주시면 마지막까지 힘내서 세계1등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싶어요. 올해도 많은 성원과 응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완벽한 한국어에 '진짜 크라머가 쓰는 것이냐'는 팬들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8일 네덜란드 헤레인베인 훈련장에서 만난 그에게 한글 트위터 이야기를 꺼냈더니 환한 미소로 반색한다. "당연하지, 내가 직접 쓴다. 보시다시피 내 코리안(한국어)은 완벽하다"고 농담하더니 하하 웃는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특별히 한국 팬들과 내 정보를 함께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어 트위터는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정말 팬들의 마음에 들게 잘 썼는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크라머는 친절했다. 한국 취재진을 맞는 그의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오전 훈련을 마친 뒤에 도착한 취재진을 위해 다시 스케이트를 신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러버수트를 갈아입고, 스케이트 끈을 다시 꿴 후 400m 트랙을 5바퀴 돌며 사진, 영상 취재에 응했다. 30분에 걸친 인터뷰는 유쾌했다. 자신의 매니저에게 손짓하더니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스벤, 투 코리아 팬(To Korean fan)?"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난기 가득한 미소와 함께 손하트를 날렸다. '크라머씨'의 하트는 '심쿵'이었다. 크라머와 네덜란드 대표팀 유니폼을 후원하는 스포츠브랜드 휠라코리아의 이신일 팀장은 "2년전 태릉에서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팬들이 보여준 뜨거운 응원에 굉장히 고마워했었다.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인터뷰 직후 크라머씨의 트위터엔 어김없이 반가운 한글 멘션이 올라왔다. 인터뷰중 찍은 기념사진과 함께였다. "오늘 한국에서 와주신 방송 및 신문기자분들과 즐거운 인터뷰를 했습니다"라며 한국 팬, 취재진을 위한 따뜻한 인사를 남겼다.

크라머는 11~13일 고향 헤이렌베인에서 펼쳐지는 올시즌 마지막 대회 ISU 월드컵 스피드스케이팅 파이널에 출전한다. 남자 5000m 월드컵 랭킹에서 스벤 크라머는 랭킹포인트 380점으로 '한솥밥' 요리트 베르스마(410점)에게 30점 뒤진 랭킹 2위다. 크라머는 12일 출전하는 남자 5000m, 시즌 마지막 레이스에서 월드컵 랭킹 1위 탈환을 목표 삼고 있다.
헤이렌베인(네덜란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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