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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런앤런(Run & Learn)' 캠페인을 위해 지난 4주간 '여학생 체육' 유관기관, 정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 그리고 학교 현장의 체육교사와 여학생들을 만났다. 현장 집중취재를 통해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대한 공감과 염원을 감지했다. '여학생들은 정말 체육을 싫어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취재는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진화했다. 여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뛰쳐나온 순간, 달리기를 결심한 순간부터, 그들은 이미 체육수업의 조연이 아닌 주연이다. 체육시간, 여학생들은 더 이상 '준비된 낙오자'가 아니다. 현장에서 찾아낸 키워드는 '희망'이었다. 선생님의 열정, 여학생들의 의지, 교육부의 지원이 빚어낸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는 일,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Now or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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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가락고 여학생 축구클럽 '발모아'의 구호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퍼졌다. 이날은 영파여고와의 연습경기가 있는 날. 운동장 근처에 서성이던 남학생들도 스탠드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에게 규켑터 전술까지 설명해야 하는 이정미 교사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정강이 보호대부터 안경까지 친구들이 서로서로를 체크했다. 이 교사는 이제 막 발모아에 가입한 1학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기회를 줄지 고민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여학생 중 한명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찍기에 열중했다. 발모아 까페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다. 다른 학생은 경기에 나선 친구들의 안경을 관리했다. 예상 밖에 치열한 경기에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모두가 웃고 있었다는 점이다. 땡볕에 얼굴이 그을려도, 남학생들 앞에서 앞머리가 갈라지는 모습이 보여도, 그녀들은 웃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바꾼 풍경이었다.
학교스포츠클럽은 2006년부터 교육부의 주도 아래 시작됐다. 학생들의 신체활동 기회 확대와 '1학생 1스포츠 활동' 문화 조성을 위해서다. 전담교사가 있지만, 주로 학생들 주관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2012년 실시가 확대되며 정규 체육시간 외에 다양한 체육활동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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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교내 점심 축구리그'는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남녀공학에서 여학생이 함께 어우러져 축구를 즐기는 모습은 낯설기만하다.
서울 제기동 성일중학교에서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 멘 여학생들의 '15분 열전'이 펼쳐진다. 11대11로 하프라인에 도열한 3학년 여중생들이 화이팅을 외치더니 각자의 포지션으로 흩어졌다. 한 학생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울리자 운동장 옆 '스탠드'에 앉아 있던 같은 반 남학생들은 큰 소리로 작전을 지시하는데 여념이 없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땀을 흠뻑 흘린 여학생들은 쉴틈도 없이 응원전에 돌입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남학생들이 후반전을 책임졌다.
누가 시켜서도, 성적과 진학을 위해서도 아니다. 성일중학교 여학생들의 '점심 축구리그' 참가는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됐다. 배현배 성일중학교 체육 교사는 "학생 자치 활동으로 학생회 아이들이 리그를 짜고, 선심과 주심을 다 본다. 몇년 동안 이어지면서 지금은 점심리그가 굉장히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체육 활동 노력에 선생님들은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면서도,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배 교사는 "선생님들은 안전만 지도하고 있다. 전학년 전학급이 모두 점심리그에 참가하는데 경기가 있는 학급은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식사를 가장 먼저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계동의 중원중학교도 '중원 스포츠리그'를 자체 운영중이다. 1교시 전 20분, 점심시간 20분씩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 리그를 운영 중이다. 체육 수업과 스포츠클럽활동 이외에 '체육 활동'을 위한 노력과 지원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여학생들의 의지에서 체육 활동 활성화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점심 축구 리그를 통해 팀 스포츠의 매력과 승리의 기쁨을 알게된 여학생들의 '땀의 가치'를 알게될 때, 체육하는 습관이 형성되고 성인이 된 이후 운동하는 취미로 이어진다. 성일중학교의 한 여학생은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매력을 알게돼서 스포츠클럽도 축구 수업을 듣는다. 스포츠클럽에서 축구화를 지원해주고, 남학생들이 기술도 가르쳐주니깐 재미가 더 있다. 앞으로도 계속 축구를 할 생각이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학교 정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학생들의 참여로 학교리그와 학교스포츠클럽도 '완전체'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 같은 변화가 여학생들의 체육 활동에 동력이 되어 줄 희망의 씨앗이다.
하성룡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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