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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소치 인사이드]⑪이제 안현수를 놓아줘야 할 때입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20 07:11


15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이 열렸다. 금메달을 차지한 빅토르안(안현수)이 러시아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5.

안현수(29)로 시작해 안현수로 끝날 것 같았던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이제 그 끈을 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정치권은 물을 만난 듯 했습니다.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맞습니다. 바꿔야 할 것은 바꿔야죠. 하지만 '냄비여론'에 기댈 심산이었다면 주소가 틀렸습니다. 칼을 빼려면 제대로 해야죠.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는 것이라면 아예 발을 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사이 소치는 혼돈의 늪에 빠졌습니다. 안현수, 이름 석자는 아픕니다.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러시아 국기를 휘감을 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태극기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욕심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빅토르 안'을 위해 투자를 했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누려야할 부분이 아닙니다. 동시에 그의 귀화도 선과 악,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문제입니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없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때에 따라 말도 달라지고, 입장도 춤을 춥니다. 현재의 분위기를 보고 있자면 앞으로 수많은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안현수 올림픽'으로 인한 파장은 컸습니다.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있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피해자는 4년간 올림픽을 위해 피땀 흘린 태극전사들입니다. 철저하게 소외되고 고립됐습니다. 태풍의 중심이 아닌데도 그 종목에서 녹을 먹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쇼트트랙 선수들은 죄인처럼 지냈습니다. 대다수가 안현수, 이름만 나오면 고개부터 숙입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남자와 여자 선수들이 함께 훈련합니다. 한 쪽이 도마에 오르면, 다른 쪽에도 여파가 있습니다.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잘 하고 싶었습니다. 잘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순간순간 운명이 엇갈렸습니다. 다행히 그 날이 왔습니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이번 대회 쇼트트랙 첫 금메달이 나왔습니다. 선수도 울고, 지도자도 울었습니다. 감격의 눈물이었지만, 쇼트트랙의 슬픈 자화상이었습니다.

이상화(25·서울시청)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세계에선 보니 블레어(미국·1988년-1992년-1994년)와 카트리나 르메이돈(캐나다·1998년-2002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대단한 금자탑입니다. 이마저도 논란에 파묻히고 있습니다. 각 종목에서는 투혼이 물결치고 있습니다. 감동의 스토리는 넘쳐나지만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소치동계올림픽은 종착역이 목전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쇼트트랙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연아(24)의 피날레 무대는 이제 막을 올렸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전장을 누비는 그들에게 더 따뜻한 시선이 절실합니다.

안현수를 이제 놓아줘야 할 때입니다. 그 또한 이런 논란이 편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애꿎은 피해자가 된 태극전사들에게 비난이 아닌 더 큰 응원이 필요합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할 때입니다.
소치(러시아)=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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