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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참' 김남일, 최강희호 중원의 'Key'를 쥐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6-03 18:07 | 최종수정 2013-06-04 08:16



지난 몇 년간 대표팀 허리의 '키(Key)'는 '키(Ki)'가 쥐고 있었다. 한국 축구의 중심축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두고 한 얘기다.

A매치가 열릴 때마다 '기성용의 파트너'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만큼 기성용의 입지가 탄탄했다.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6차전을 앞두고 생소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더 이상 기성용은 없다. 부상으로 인해 최강희호 합류가 불발됐다. 대신 그 자리에 36세에 '회춘'한 김남일이 서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만에 대표팀에 재발탁된 김남일이 8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최강희호의 허리를 책임진다.

중원의 Key를 쥔 김남일

레바논과의 일전을 앞둔 최강희호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허리 중심에 김남일이 자리했다. 4-2-3-1 전형에서 김남일은 이명주(포항)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삼각 편대를 이룰 예정이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거는 기대는 한 가지다. "인천에서 하던대로만 해달라." 3년만에 대표팀에 재입성한 그와의 첫 만남에서 최 감독이 건넨 한 마디다.

최 감독의 말대로 김남일은 올시즌 인천 공-수의 핵이었다.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과 노련한 대인마크로 상대 공격수를 돌려 세웠다. 상대의 예봉을 차단하는 '진공청소기'급 수비도 전성기 시절 그대로였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수비가 뚫렸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김남일이 그 자리에 있다"며 김남일의 수비 능력에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인천 골키퍼와 수비수들은 공을 잡으면 가장 먼저 김남일을 찾는다. 포백 라인 바로 위에 자리한 김남일로부터 인천의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스루 패스와 정교해진 롱패스로 '김남일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까지 얻게 됐다. 인천에서의 활약은 마치 기성용이 A대표팀에서 중심으로 활약하던 모습과 흡사했다. 최 감독이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A매치 97경기 출전의 경험은 그가 가진 자산이다. 중동국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열악한 그라운드 컨디션에도 익숙하다.

김남일 효과

3년 만의 태극마크와의 만남이다. 그 사이 대표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해외파와 국내파간 알게 모르게 생긴 벽이 존재했다. 김남일은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모두가 주인공을 하려고 하면 안된다. 누군가는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내가 팀워크를 위해 희생하는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팀 주장 출신인 그가 밖에서 본 대표팀의 모습이었다. 팀의 화합을 강조했다. 대표팀 최고참으로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소집일부터 솔선수범을 보였다. 12시 소집시간보다 3시간 이른 9시에 입소해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파주NFC 입소 후 눈도 못마추지던 후배들을 위해 김남일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두바이 전지훈련에서 후배들과 차도 마시고 밥먹을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얘기도 많이 한다. 그러나 아직 흥민이와는 눈을 마주치기 어렵다. 남은 시간동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최고참 김남일이 훈련장 안팎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경험 많은 '중원 사령관'의 지휘에 대표팀 후배들이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김남일이 전진 압박과 상대 공격을 도중에 차단하는 역할을 잘 해주면 수비도 안정될 것 같다"면서 "내가 말하지 않아도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 감독이 기대했던 '김남일 효과'가 대표팀에 새로운 에너지까지 공급하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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