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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김연아, 피겨 전설은 살아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2-11 08:17



일곱 살때 피겨와 만난 소녀의 꿈은 단 하나,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점프의 정석'이 되기까지 1800㎡의 차가운 빙판에서 수만번 뒹굴었다. 춥고, 배고팠다. 스케이트 부츠 문제로 은퇴까지 생각했다. 부상도 숙명이었다. 고질인 허리 통증에다 발목, 무릎도 좋지 않았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변함이 없었던 것은 일과표였다. 훈련 스케줄로 빼곡했다.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은 훈련 뿐이었다.

악전고투 속에 13년 만에 그녀는 전설이 됐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최정상에 섰다. 소름 돋힌 7분 드라마 끝에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합계 228.56점을 기록, 여자 싱글 사상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겨 불모지에서 이룬 올림픽 기적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 피겨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스무살에 이룬 전설이었다. '사연많은 감격의 드라마'였다.

김연아, '박수 칠 때 떠나라'고 했던가. 갈림길에 섰다. 꿈을 달성한 후 허탈감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은퇴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한달 후 이탈리아 토리노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면서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었다. 2011~2012시즌 러시아 모스크바세계선수권대회 출전으로 피겨와 인연의 끈을 이어갔지만 현역과 은퇴의 사선에서 방황은 계속됐다.

두려웠다. 다시 선수로 돌아가 혹독한 훈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강심장'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빙판에 설 때 늘 긴장했다.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온 국민의 관심과 애정은 더 큰 부담이었다. 후퇴를 결정했다. 2011~2012시즌을 건너 뛰었다. 그랑프리 시리즈는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불참했다. 김연아가 자리를 비운 세계 피겨계도 덩달아 침체기를 겪었다. 경쟁 선수들도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2012~2013시즌 은퇴든, 현역 연장이든 진로를 결정할 시기가 왔다. 7월 2일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입니다."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고된 훈련이 겁이 났다. 대회 출전할 경우 실수해서 기대에 못미치면 어떨까하는 압박감이 있었다. 모티브를 찾기 힘들었다. 지난 1년간 피겨 후배들과 함께 훈련했다. 동기부여가 됐다. 기대치를 낮추고 자신을 위한 목표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 은퇴할 경우 후회하고 큰 아쉬움으로 남겠다는 생각을 했다. 벤쿠버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새 출발을 하겠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5개월이 흘렀다. 전설은 살아 있었다. 복귀 무대에서 이름값에 걸맞게 전세계 시선을 또 사로잡았다. 201.61점, 올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강심장'은 또 다른 전설을 향해 새로운 발걸음을 뗐다. 다음은 내년 3월 캐나다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 지상과제다. 24위내에 들면 1장, 10위권이면 2장, 1~2위에 오르면 3장으로 출전권이 늘어난다. 자신은 물론이고 후배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피겨 여왕'의 복귀는 달콤했다. 전세계 피겨의 눈도 그녀를 중심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 마침표는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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