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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최악 성적' 태권도, 역설적으로 잔류 가능성 높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12 14:08


한국 태권도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12일(한국시각) 남자 80㎏초과급에 차동민(한국가스공사), 여자 67㎏초과급에 이인종(삼성에스원)이 출전했지만 모두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이로써 한국태권도는 이번 대회 네 체급에 출전해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수확하는데 그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후 한국 출전 선수가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런던올림픽은 한국 태권도에 눈물을 주었지만, 세계화 측면에서는 진일보한 대회라는 평이다. 이번대회에 걸린 총 32개의 메달(금·은메달 8개씩, 동메달 16개) 중 메달 하나라도 건진 나라는 총 21개국이다. 4년 전 베이징 대회 때의 22개국보다는 한 나라가 줄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의미가 다르다. 금메달 8개를 8개 나라가 가져가며 독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안소니 오바메(가봉)는 남자 80㎏초과급에서 은메달을 따 1972년부터 올림픽에 출전한 가봉에 첫 메달을 선사했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부진은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의 강세는 태권도의 세계화를 저하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종주국이 강할수록 발전성이 더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지난 베이징올림픽 때 금메달 4개를 싹쓸이 하자 정식 종목 잔류를 놓고 다투는 라이벌 종목 관계자가 웃고 가더라. 이번 올림픽에서는 솔직히 4개는 안땄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태권도의 정식 종목 잔류를 위한 가장 중요한 무대였다. 태권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는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3년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핵심종목을 현재의 26개 정식 종목 중에서 하나를 뺀 25개로 정할 예정이다. 비교적 최근에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IOC 총회 이전 마지막 올림픽인 런던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WTF는 이번 올림픽서 중대한 변화를 시도했다.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했다. 판정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 '즉시 비디오 판독(Instant Video Replay)제'를 시행했다. 공격 중심의 경기를 이끌어내고자 경기장 크기도 8x8m로 줄였다. 베이징 대회에서는 10x10m였다. 코트는 예선전부터 결승까지 하나만 운영해 집중도를 높였다. 득점도 2점짜리 머리 공격에 최고 4점(기본 3점·회전공격 시 1점 추가)을 줘 막판 극적인 역전이 가능토록 규정을 손질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과 TV로 지켜본 시청자 모두 태권도가 재미있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화끈한 공격 중심의 경기 운영과 공정해진 판정에 환호했다. 특히 고질적인 판정시비로부터 벗어난 것은 최대 수확이었다. WTF는 하루 네 차례씩 태권도 시범 공연을 선보이며 외국팬들에게 태권도의 재미와 멋을 알렸다. 자크 로게 IOC위원장을 비롯해 15명 이상의 IOC 위원이 경기를 관전하며 달라진 태권도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달도 한 국가에 편중되지 않으며 태권도의 평준화를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WTF는 런던올림픽 이후 오는 9월28일까지 평가보고서를 작성, IOC에 제출하게 된다. IOC는 종목별 보고서를 검토한 뒤 내년 2월 집행위원회 때 2020년 올림픽 핵심종목을 정하는 9월 총회 안건에 탈락 후보 종목을 단수로 할지, 복수로 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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