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체육에 인문학의 옷을 입힌 전병관 차기 체육학회장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1-06 16:11


전병관 차기 체육학회장은 "스포츠는 인간의 맑은 영혼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교실 내 왕따와 학교폭력을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정부와 교육계에서는 학교경찰제 도입, 인성교육 강화 등 여러가지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12월 제23대 체육학회장에 선출된 전병관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57)는 "스포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한다.

5일 만난 전 차기 회장은 스포츠가 "인간의 맑은 영혼을 끌어낸다"고 했다. 강건한 신체에서 진정한 용기가 나오고, 스포츠를 통해 올바른 심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당장 유치원부터 체육시간을 만들고, 중고등학교 체육수업을 2~3시간씩 늘려야 한다. 땀을 흘려가며 집중해 운동을 하다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룰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바른 인성이 자리잡게 된다"고 했다.

체육학회는 차기 회장을 임기 시작 1년 전에 뽑는다. 전 차기 회장은 내년 1월부터 2년간 체육학회를 이끌게 된다.

전 차기 회장은 '경희대의 마이클 샌델'로 불린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의로 유명한 하버드대 샌델 교수처럼, 강의 때면 경희대 국제캠퍼스 대강당 540석이 빈자리 없이 가득 찬다. 2000년 개설한 '현대생활과 체육'은 경희대에서 수강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교양과목이다. 이웃 학교는 물론, 근처 주민들까지 강의실을 찾는다. 전 차기 회장은 "중학생 아이 둘과 손잡고 강의실을 찾은 엄마도 있었다"고 했다. 10년 넘게 강의가 이어졌으니 대략 셈을 해봐도 수강생이 1만명에 이른다.

명강의의 비결은 거침없고 구수한 입담, 쉽고 재미있게 펼쳐내는 다양한 지식. 유도선수 출신인 전 차기 회장을 만나보면 체육학자에 대한 선입견이 금방 깨진다. 체육에 관한 주제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인문학 전반에 걸쳐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낸다. 풀라톤의 '스포츠'에 대한 정의부터, 니체의 '이기심', 투수와 포수간의 심리, '주선' 이태백의 일화까지 흥미진진하다.

전 차기 회장은 "체육학은 사람을 다루는 총체적인 학문이다. 생리학같은 기존 학문의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 체육학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차기 체육학회장으로서 그의 바람은 체육전문가가 체육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전 차기 회장은 "정부나 체육회, 체육진흥공단 등 체육과 연관된 곳에 체육전문가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경희대 체육부장과 체육대학원 부원장을 지낸 전 차기 회장은 2011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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