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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스타 오상은(35) 해고 사태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5일 KGC인삼공사가 서상길 총감독, 이상준 코치, 오상은 플레잉코치 겸 선수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2월 초 MBC 탁구최강전에서의 '고의 태업' 의혹이 결정적 이유다. 탁구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남자대표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어떤 이유든 선수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잘못은 명백하다. 오상은 역시 "욱하는 성격을 다스리지 못했다. 반성했고 징계를 각오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고는 의외였다. "한마디 설명도 없었다. 단장님도 만나주지 않는다. 답답하다"며 서운한 마음을 털어놨다. A감독은 "오상은의 태업은 잘못이지만 타구단의 경우 해외 임대시 국내대회 출전이 우선된다는 조항을 넣어 일정 중복을 방지하고 선수를 보호한다. 구단 역시 계약 단계에서 원인을 제공하고 방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구단의 몰상식한 해고, 어떻게?
둘째 해고의 방법이다. 소명 절차를 거치는 징계위원회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재계약 불가 통보' 서류 한장으로 이별을 선고받았다. 2003년 인삼공사에 입단한 오상은은 2001년 세계선수권 은메달(혼합복식)부터 지난해 월드팀컵 준우승까지 세계무대에서 성적을 내온 한국탁구의 간판이다. 30년 이상 탁구계를 위해 봉직한 노감독이나 청춘을 바친 노장 선수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인삼공사 선수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비정규 연봉계약직이다. 재계약하지 않으면 자동 해고다. 하지만 선수가 1년만 뛰고 이적을 원할 경우엔 선택권이 없다. 구단의 이적동의서가 필요하다. 구단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떠날 수 없다. 선수에게 절대 불리한 조건이다.
런던올림픽이 걱정이다
오상은은 인삼공사 선수이기 이전에 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다. 인삼공사는 해고를 일찌감치 결심한 듯 1월 헝가리오픈, 슬로베니아오픈 출전 명단에서 오상은을 제외했다. 구단 지원없이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관하는 프로투어에 나서기 어렵고, 랭킹포인트도 획득할 수 없다. 오상은의 랭킹 하락은 올림픽 시드 배정과 직결된다. 단체전에서 중국을 피해 2번 시드를 노리고 있는 한국 남자대표팀에게 큰 악재로 작용하게 됐다. '한솥밥' 직속 후배이자 차세대 에이스인 김민석(20) 등 향후 대표팀 전체에 미칠 영향 역시 걱정스럽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전임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랭킹과 팀워크를 끌어올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불미스런 일이 생겼다. 2월 카타르, 쿠웨이트 오픈은 탁구협회 부담으로 대표팀을 출전시키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새해 벽두부터 몰아친 때아닌 칼바람에 탁구인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징계는 마땅하지만, 해고는 가혹하다는 여론이다. 한 원로 탁구인은 "30년 넘게 이 바닥에 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자르는 것은 처음 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페어플레이하지 않았다면 분명 잘못이다. 그런데 한번의 실수가 10년 넘게 일한 감독, 코치, 선수를 한꺼번에 날릴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B감독은 "탁구는 당일 기분이 승부를 좌우하는 예민한 종목이다. 인사권은 구단 고유권한이지만 상식 밖의 처사다. 이런 식으로 한마디 대화도 없이 쳐낸다면 어느 감독, 어느 선수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며 개탄했다. 또다른 선수 출신의 한 탁구인은 "오상은의 공로와 정상을 참작해 감독과 구단이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였다. 일방적인 결정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