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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느리게 사는 지혜'다. 일상에 치여 주변을 둘러보기 쉽지 않아 자신을 돌보는 것도 쉽지 않다. 느림이 만들어 낸 여유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자양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무엇인가 하지 않아도 느린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는 웰니스 활동에 가깝다. 관건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완주는 여유로움이 넘치는 곳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역 곳곳의 변화 자체가 더디다. 길어진 가을밤, 쏟아지는 별빛과 함께 한 시간. 자연의 정취에 취하고, 여유로움을 충전하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 인생 예찬을 위해 떠나는 힐링 여행지, 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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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는 사계절 제각각 매력적이지만, 밤이 깊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늦가을이 제격이다. 이른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빛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고 있는 건 땅만 바라보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최고의 힐링이다. 날씨는 걱정할 필요 없다. 남쪽에 있어 쌀쌀함도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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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원고택은 1층의 현대식 갤러리와 2층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단아한 한옥의 정경이 아름다워 이곳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과 안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되는데,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의 250년 고택, 정읍의 150년 고택을 이축했다. 기본 뼈대는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 소양고택은 고창과 무안에 있던 180년 된 고택 3채를 해체하여 소양면에 이축한 한옥이다. 긴 시간 동안 문화재 장인들의 손을 거쳐 그대로 복원된 소양고택은 우리 고유의 전통미와 예술 콘텐츠가 담긴 한옥 문화체험관으로 재탄생했다. 오성한옥마을은 지난 2012년 한옥 관광지원화지구로 지정된 뒤 50가구 중 23채가 한옥과 고택으로 이뤄져 있어 드라마나 광고촬영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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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낮까지 옛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 삼례는 완주에서 시간이 멈춘 섬과 같은 곳이다. 단절의 의미가 아닌, 과거와 현대를 있는 만남의 섬. 연결 고리의 중심에는 문화와 예술이 있다. 2016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삼례책마을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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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책마을은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사이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과거의 양식창고가 현재의 지식창고로 이어지고 있는 아주 의미 있는 공간이다. 양식창고가 지식의 창고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세미나, 전시회, 음악 공연, 북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현재 삼례책마을 책박물관에서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1960~90년대까지의 음반 8천여 장과 유명 가수 사진, 인터뷰 녹음테이프, CD, 방송원고, 음악 도서, 음향기기 등 2만여 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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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걷지 않아도 된다. 완주 위성폭포는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절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높이 60m의 2단 폭포로 여름철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시원하게 한다. 예부터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도로에서 폭포 아래까지는 목재 계단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쉽게 폭포에 다가갈 수 있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위봉폭포는 비 온 뒤 물이 많을 때 더욱 좋다. 위봉폭포가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곳에서 우리나라 판소리 8대 명창으로 정조와 순조 때 활약한 권삼득 선생이 수련하며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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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