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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폭염에 배추 생육 부진, 초가을 가격 폭등했다가 최근 안정세
22일 오전 11시께, 경북 문경시 농암면 배추밭.
6천612㎡(2천평) 넓이의 밭이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작업자들은 허리를 숙인 채 배추를 수확하는 데 집중했다.
이들이 수확한 배추가 담긴 1t짜리 포대도 배추밭 곳곳에 놓여 있었다.
트랙터 한 대가 진입해 포대를 실어 옮기는 작업도 반복됐다.
이곳 작업자들은 김장철에 접어든 지난 9일부터 매일 오전 6시 30분께면 수확 작업을 시작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한 외국인 작업자는 "잘 자란 배추를 보면 기분이 좋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배추밭을 일군 신용호(66·문경농암절임배추 대표)씨는 "12월 중순까지는 하루에 1t짜리 포대 35개 물량 정도는 나온다"며 "딱 김장철이다"라고 말했다.
이 일대가 배추 재배에 적합한 곳임을 알리듯 대화 도중 강한 바람이 연신 볼을 때려댔다.
신씨는 "배추가 살이 잘 찌기 위해서는 햇볕을 많이 받고 서늘한 바람이 강하게 불어야 하는데 이곳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대에 담긴 배추는 인근 절임 공장으로 옮겨진 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이나 서울 가락시장 등 전국에 납품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올해 배추 재배 상황'을 묻자 "지난해보다 30% 정도 줄었다"고 입을 열었다.
신씨는 "올여름은 특히나 덥고 길어서 배추 생육이 부진했다"며 "팔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배추 가격은 오르고 농민들 수익은 줄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배추 소매가격이 포기당 9천963원까지 치솟았다.
수확 작업 뒤 남겨진 배추 조각 등을 가져가려는 사람과 농민이 갈등을 빚은 사례도 있다.
신씨는 "누구를 원망하겠나"라며 "점점 여름이 길어지는데 더위에 잘 견디는 배추 종자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배추는 비닐하우스 등 육묘장에서 종자를 20여일간 길러내 밭으로 옮겨 심는데, 무더위가 심해 육묘장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는 곳도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신씨는 올해 절임 배추 한 상자당 가격을 지난해보다 1천원 인상했다.
다만 그는 "본격 수확 철이 되면서 강원, 문경, 해남 등 전국에서 배추 물량이 풀렸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날 발표한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2천990원까지 떨어졌다.
배추밭 인근에 자리 잡은 절임 공장도 이날 바쁘게 돌아갔다.
위생복을 입은 작업자들은 배추를 세척하고 절이는 과정을 반복했다.
절임 공장 관계자는 "김장철이어서 하루에 무게 20㎏짜리 절임 배추 상자 250∼300개씩 납품하고 있다"며 "12월 중순까지 6천500개를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psjpsj@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