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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에 시달리며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가 지난주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1년간 10조원어치의 주식을 분할 매입할 예정인데, 이중 3조원어치는 석 달 내에 사서 모두 소각하겠다고 했다. 자사주 매입계획 발표 후 첫 거래일인 18일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6% 오르는 효과가 있었지만, 다음날엔 0.7% 하락세로 돌아섰다. 자사주 매입의 중장기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약발'이 지속되지 못한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 외에도 카카오, 셀트리온, 네이버 등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이 급격히 늘었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올 상반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2조2천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5.1% 늘었다. 매입 건수도 73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6건 많았다. 하반기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회사를 공개한 상장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이는 등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주가가 하락하는 등 국내 증시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들린 소식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 추진으로 정치권과 재계가 시끄럽다. 주가가 하락하지 않아도, 법을 통해 강제하지 않아도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이익까지 생각하는 주주환원 정책이 늘어야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자금을 국내 증시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hoonki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