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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 흡연율 높인 가향담배, 한국인 흡연 습관도 바꿨다?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2-02-17 11:56 | 최종수정 2022-02-18 09:20


최근 흡연과 관련된 통계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 증가와 맞물려, 한국 궐련 흡연자가 국제 표준에 비해 더 자주, 더 많이, 더 빠르게 흡입한다는 조사 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국민영양조사' 발표에 따르면, 최근 전체적인 흡연율은 완만하긴 하지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8년 22.4%에서 2020년 20.6%로 떨어졌다. 남성 흡연율은 2018년 36.7%에서 2020년 34%로 하락세다. 여성 흡연율도 전반적으로는 줄고 있다. 2018년 7.5%에서 2020년 6.6%로 감소했다. 그러나 2030 여성은 예외다. 20대 흡연율은 2018년 10.9%에서 2019년 10.2%로 줄었다가 2020년 다시 10.9%로 올랐다. 30대 역시 2018년 8.3%에서 2019년 7.2%로 줄었다가 2020년 8.8%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궐련과 비교해 담뱃재가 없고 냄새가 덜 나는 전자담배, 캡슐·감미필터 등을 사용한 가향담배 등 소위 신종 담배들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17년 질병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3~39세의 젊은 현재흡연자 중 65% 정도는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었고, 특히 젊은 층과 여성의 사용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73.1%)이 남성(58.3%)보다 가향담배 사용률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남성은 13~18세(68.3%), 여성은 19~24세(82.7%)에서 가장 높았다. 담배향 대신 특정한 맛이나 향이 나도록 설탕 및 감미료(포도당, 당밀, 벌꿀 등), 멘톨 등을 첨가한 가향담배가 흡연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 신종 담배 판매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내놓은 '가향담배에 대한 해외 규제 사례 및 시사점'에 따르면, 담배 총 판매량은 2011년 44억갑에서 2020년 35억9000갑으로 8억1000갑이 감소했지만, 가향담배 판매 비중은 2011년 6.1%(2억7000갑)에서 2020년 38.4%(13억8000갑)로 급증했다. 전자담배 역시 증가세다. 기획재정부의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연간 판매량은 2017년 7870만갑에서 2020년 3억8000만갑, 지난해 4억 4400만갑으로 껑충 뛰었다.


이같은 가향담배의 영향은 한국인의 흡연 습관에도 변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질병청이 발표한 '2020년 한국인 궐련 담배 흡연 습성 및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흡연자의 한 개비당 총 담배 연기흡입량은 1441㎖로, 국제표준(455㎖)의 3배 이상이다. 담배갑에 표시된 니코틴·타르 함량의 3배를 흡입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또 한 개비당 흡입 횟수가 국제표준의 1.6배(13→20.4회), 1회 흡입량은 2.1배(35→73㎖)가량 많고, 흡입 속도는 2.8배(초당 17.5→48.2㎖)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한 개비당 총 흡입 횟수는 28%(16→20회), 1회 평균 흡입량은 20%(61→73㎖), 1회 평균 흡입 속도는 19%(초당 40→48㎖) 각각 늘었다. 한 개비당 총 담배 연기흡입량 역시 48%(970㎖→1441㎖) 증가했다.


이같은 흡연습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것 역시 가향담배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향담배의 경우 빨리, 많이 흡입하더라도 목이 따갑거나 기침이 나오는 등의 신체적 거부 반응이 적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타르 1㎎ 이하의 '저타르 담배'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흡연자들은 순한 담배를 피운다는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혈액 내 니코틴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담배를 더 자주 피우거나 깊이 빨아들이는 보상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흡연 개비수가 늘어나고, 최대한 끝까지 피우는 '보상흡연' 경향이 생긴다. 보통 담배의 경우 꽁초가 3분의 1 정도 남는 게 일반적인데, 저타르 담배의 경우 꽁초가 매우 작게 남는다. 저타르 담배가 더 깊게, 더 자주 흡입하는 습관과 무관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센터장은 "일반담배에 비해 냄새가 줄어 주변에 흡연 여부가 노출되지 않는 신종담배로 인해 금연의 필요성이 희석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선호되는 가향담배나 저타르 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질병청은 "흡연 습성 측정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흡연 조건 및 흡연 시간대와 관계없이 한국인은 일관된 궐련 흡연 습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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